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첫 회동에서 ‘단합’을 주장했다. 그러나 강조점을 보면 총론찬성 각론반대다.
문재인은 정확히 유시민의 증축론을 말했다(“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과 더 큰 단합을”). 이 대통령은 달랐다. 재개발을 설파한 것이다(“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 문조어래유와 권력다툼, 이제 시작이다
이로써 민주당 내 갈등이 봉합됐다는 분들께는 굿럭(Good luck), 행운을 빈다. 하지만 당권과 공천권, 그리고 이 정부의 국정기조 등을 둘러싼 문조어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문조털래유가 멸칭이라니 바꿔 쓴다)와 현직 대통령(또는 대리인)과의 권력다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부자(父子)간에도 못 나누는 권력을 전현직 대통령 세력이 나눌 리 없다.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당연한 권력의 법칙으로 봐야 한다. 다만 당연치 않은 점이 눈에 띤다.
① 이 대통령은 취임 1년만에, 유례없이 빠른 권력투쟁을 맞았다.② 대통령과 겨루는 세력은 신진 미래세력 아닌 문 정권, 즉 과거세력이다.
③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문 정권의 ‘계승’을 말했다.● 사법리스크·공소취소…“꼴랑 이재명이냐”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이번은 빠르다. 2008년 대통령 이명박은 취임 석 달 만에 광우병시위로 지지율이 20%까지 폭락했다(갤럽).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 괴담과 시위가 꺼지면서 지지율은 회복됐다. 막강 차기 주자 박근혜도 임기 중반까지 대놓고 맞서진 않았다.
2004년 초 대통령 노무현도 임기 1년 만에 탄핵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총선 여당 승리와 함께 살아났다. 취임 6주 만에 여론조사 데드크로스를 맞은 전임 윤석열은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그가 당 대표를 내쫓았을지언정 당내 도전세력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외부요인 없이 맞은 도전이다. 카스트 속에 살아온 86그룹이나 유시민 발(發) A그룹에겐 여전히 벼락출세한 ‘변방장수’여서인가. 2021년 말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자 민변 출신 한 변호사는 “꼴랑 이재명이냐”고 페이스북에 쓴 적이 있다. ‘혁명 언약’을 맺었던 그들에겐 ‘땅투기 사기꾼들과 영합해 정치력 조직 세력 확장한’ 이재명이 지금도 가소로울 지 모른다.
여기에 끝없는 사법리스크, 절제를 모르는 공소취소 집착은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 문조어래유는 이를 너무도 잘 알기에 취임1년도 안 된 대통령을 감히 들이받는 것이다. “정권은 짧다”고.● 폐족이었던 그들이 뒤늦게 적통경쟁

노 정권은 그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 화물노조 파업 진압 같은 업적을 남겼다. 그때는 “좌측 깜빡이 넣고 우회전 한다”고 비판받은 좌파 신자유주의, 요즘 말로 하면 실용주의 산물이었다.
문 정권은? 제미나이한테 물으니 ‘진영론적 시각을 넘어 “선의와 개혁적 가치를 표방했으나 정책적 역량과 정교함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로 수렴된다’는 답이 나왔다(너무 편해 깜짝 놀랐다). 한마디로 가치추구 A그룹이되 무능했다는 소리다. 이런 과거 세력이 당권 재장악, 나아가 정권 재창출에 나선다고 지금 열일을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경제까지 문 정권이 성과냈다고?

문제는 이 대통령이 문 정권 ‘계승’을 밝혔다는 사실이다. 그는 “문 전 대통령께서 5년 동안 만든 성과들, 예를 들면 외교안보·남북관계, 경제·문화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며 “계속 열심히 복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1일 회동에서 말했다.
문재인도 단합에 힘을 보태라는 덕담이길 바란다. 대체 문 정권이 뭘 잘했다고 이 정부가 계승한단 말인가. 그렇게 잘했다면 문 정권이 왜 2022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겠는가(에고, 이재명이 싫어서라는 조사 결과가 많았지만 ‘문 정권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가상준 단국대 교수의 2023년 논문도 있다).
그래서 문 정권 최대 실패작인 부동산정책도 계승하는 것이라면, 심각하다. 주거문제가 정부 핵심역량으로 평가되면서 집값 안정은 정권 재창출의 핵심 이슈가 된 상황이다(임민영·이용숙 2024년 논문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인과 메커니즘’).
● 시장불신-정부개입과 오만, 문 정권 능가

시장을 불신한 문재인은 규제남발로 집값을 폭등시켰다. 양도세와 종부세 동시인상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까지 만들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앞에 “NO” 한번 못하고 ‘당정대 원팀’을 자랑했던 친문이 뭘 잘했다고 다시 권력의 단맛을 누리겠다는 건가.
게다가 집권당 비전을 경쟁하는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의 약점을 틀어쥐고, 더 강성으로 갈 것이냐 속도조절할 것이냐 차이일 뿐이다. 꿀빠는 고위공직 공기업 감투자리를 외연확장한답시고 우파에 줄 게 아니라 손가락 빨고 있는 좌파한테 주라는 것이 더 정직하다. 그러기 위해선 ‘꼴랑 이재명’ 세력이 부귀영화를 보지 않도록 정권을, 그러자면 당권부터 재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거 세력이 정청래를 앞세워 권력투쟁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무능한 문재인이 ‘마음에 빚’이 있다 해서 조국을 차기 대통령으로 받들어야 하는가(그럼 정경심은 영부인이 된다). 대체 민주당에 얼마나 인물이 없길래 ‘문 정권2’를 놓고 벌써부터 싸움질이란 말인가.
● 집권당 당권투쟁, 누가 이겨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을 실용주의자로만 보기도 어렵다. 실패한 문 정권이 5년간 28차례 강행한 부동산 대책을 이 정부는 1년 만에, 그것도 마라맛 폭탄으로 터뜨려 집값을 폭등시켰다. 노동자 출신 대통령을 자부하는 노동 편향과 좁쌀적 국가개입주의, “정부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오만과 교만에선 가히 문재인을 능가한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천 조 원을 (일단 말로써) 움직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당권경쟁에서 이 대통령 측이 이긴대도 맘 편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조어래유가 이기면 나라가 과거로, 지면 산에서 헤맬 것 같다.
뉴이재명 여러분도 안전벨트 단디 조이시라. 야당이 저 모양이고 삼권분립은 거의 무너진 지금, 자신감 넘치는 이 대통령을 견제할 데가 안 보인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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