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번역가는 번역의 불가능성 위에서 두 세계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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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책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번역가는 번역의 불가능성 위에서 두 세계를 잇는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잇는 번역의 고민을 다룬 책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영어판 제목은 'We Do Not Part'다. 원제엔 없던 주어가 영어판엔 '우리'로 표현됐다. '우리'는 경하와 정심일까. 아니면 경하, 인선, 정심 모두일까. 그런데 더 깊게 들어가면, '작별하지 않는다'의 이탈리아어판 제목은 'Non dico addio'였다. 직역하면 '나는 작별을 말하지 않는다'가 된다(dico가 1인칭 단수이기 때문이다). 주어가 '나'로 바뀐 데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선언적 표현이 '말하지 않는다'는 고백적 의미로 변주됐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책의 폴란드어판, 스웨덴어판, 체코어판의 제목에도 전부 주어가 '나'라는 점이다. '나'는 경하일까, 정심일까. 그리고 작별하지 않으려는 대상은 정심일까, 과거의 비극 자체일까. 이런 식으로 각 언어권의 제목을 추적하면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만으로도 논문 한 편이 거뜬히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데이미언 설스의 책 '번역의 철학' 한 대목 때문이다. 이 책은 '번역의 불가능성' 위에서 두 세계를 잇는 번역가란 직업의 고민을 담고 있는데, 제목에 대한 그의 기억은 이렇다. 저자 설스는 사샤 스타니시치의 소설 'Herkunft(독일어로 출신, 기원이란 뜻)'를 영어로 번역했다. 문제는 제목이었다. 고민 끝에 'Where You Come From(네가 태어난 곳)'으로 정했다. 원제에는 주어가 없었지만 결국 주어가 필요해졌다. 'I'이거나 'One'일 수도 있었지만 원저자는 결국 'You'로 낙점했다. "독자가 자신의 출발점을 생각해 보게끔 이끄는" 힘 때문이었다고 책은 전한다. 번역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경계선 위를 걷는 일이다. 그 선은 칼날처럼 가늘지도 않고, 마음 놓고 활보할 만큼 넓지도 않다. 선의 양쪽엔 '두 믿음'이 공존한다. 다른 언어와 문화가 낯설고 이질적이어서 끝내 이해할 수 없으리란 하나의 믿음과, 한 언어로 다른 사람을 대신해 말할 수 있다는 반대쪽의 믿음. 어떤 단어를 현지화할지 혹은 낯선 채로 놓아둘지, 직역할지 혹은 전체적 의미를 번역할지 등 번역가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판단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원문의 각도와 방향이 달라진다. "번역가는 텍스트 사이를 뱀처럼 누비며 없어도 될 것을 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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