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과 친구들이 밝힌 첫 '부산 어워드' 실마리 “亞 영화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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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홍진 감독, 배우 양가휘, 난디타 다스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 코고나다 감독,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배우 한효주. /연합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홍진 감독, 배우 양가휘, 난디타 다스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 코고나다 감독,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배우 한효주. /연합

서른 번째 닻을 올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최대 화두는 경쟁영화제로의 전환이다. 도쿄와 홍콩국제영화제를 뛰어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초석을 다진 BIFF가 다음 30년을 기약할 비전이 세계적인 위상과 권위를 갖춘 글로벌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오는 26일 폐막 행사에서 총 14편(월드프리미어 10편·아시아 프리미어 4편)의 영화를 초청해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대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시상하는 초대 ‘부산 어워드’가 BIFF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BIFF 개막 이틀째인 18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은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으로 붐볐다. 경쟁부문 초청작을 평가하는 7인의 심사위원단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상업성과 작품성, 사회성을 두루 아우르는 칸 황금종려상이나, 세련되고 깊이 있는 미학적 안목을 자랑하는 베니스 황금사자상처럼 ‘부산 어워드’가 어떤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가릴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의 구성은 ‘아시아 영화의 다양한 시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당초 BIFF가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 한다”는 포부를 밝힌 것처럼, 아시아 영화의 다채로운 맥락을 짚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전반적인 평가 색깔을 보여주는 심사위원장으로 영화 ‘추격자’와 ‘곡성’ 등 연출한 나홍진 감독을 선임한 게 대표적이다. 차기작 준비 등으로 공식 석상을 피하고 있는 나 감독을 박광수 BIFF 이사장이 ‘사제의 연’까지 강조하며 거듭 부탁한 끝에 자리에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부문 초청작 '여행과 나날'의 한 장면. /BIFF 제공

경쟁부문 초청작 '여행과 나날'의 한 장면. /BIFF 제공

나 감독이 태국 영화 ‘랑종’의 제작을 맡고, 차기작인 ‘호프’로는 충무로 대표 배우인 황정민부터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마이클 패스벤더 등 다국적 캐스팅 진용을 구축하는 등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각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BIFF가 초대 ‘부산 어워드’를 심사할 적임자란 판단을 내린 이유다. 이날 나 감독은 “부담되는 자리라 정말 하기 싫었다”면서도 “영화제 명성에 어울리는 심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나 감독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무대에 오른 영화인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홍콩 원로 배우 양가휘, 인도의 배우 겸 감독 난디다 타스, 이란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한국계 미국감독 코고나다, 인도네시아 영화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배우 한효주가 진용을 꾸렸다. 대다수가 작품활동으로 여러 차례 부산을 찾으면서 영화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게 BIFF의 설명이다. 양가휘는 “제 영화로 초청받은 것보다 서른 번째 BIFF의 심사위원을 맡게 된 게 더 영광스럽다”고 말했고, 한효주는 “막내 심사위원인 만큼, 젊은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심사위원들은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아시아 영화가 어떤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겠다는 BIFF가 지향점이 14편의 경쟁 작품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 감독은 “작품에 대한 한정된 정보만 받았고, 이제부터 제대로 봐야 한다”면서도 “아시아 영화 아티스트들에게 초석이 되고 발판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선명한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던 만큼, 그런 시선에서 영화를 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나홍진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코고나다는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항상 ‘아시아적 감성’을 원해 왔다”면서 “다른 문화권과 다른, 아시아 영화만이 가진 독특한 감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디타 다스는 “지금 세계가 많은 위기를 겪는 중이고, 곳곳에선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면서 “이런 상황을 의식해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려 한다”고 말했다. 메쉬키나는 “영화란 모름지기 즐거운 동시에 가르침을 주고, 마법같아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작품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저마다의 심사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이날 의사결정 방식을 두고 ‘과반수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를 주안점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코고나다는 “누구는 연기에 집중할 수도 있고, 감정이나 작품의 디자인에 집중할 수도 있다”면서 “어떤 요소를 볼지는 심사위원 간의 대화를 통해 균형을 찾아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박가언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심사는 만장일치를 지향한다”며 “오랜 토론이 오가지 않을까 싶은데, 이 대화 자체가 심사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쟁 부문에는 장률(중국) ‘루오무의 황혼’, 비간(중국) ‘광야시대’, 비묵티 자야순다라(스리랑카) ‘스파이 스타’, 미야케 쇼(일본) ‘여행과 나날’, 쩌우스칭(미국) ‘왼손잡이 소녀’, 서기(대만) ‘소녀’, 이저벨 칼란다(미국) ‘또 다른 탄생’, 나가타 고토(일본)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시가야 다이스케(일본) ‘고양이를 놓아줘’, 하산 나제르(이란) ‘허락되지 않은’, 임선애(한국)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유재인(한국) ‘지우러 가는 길’, 한창록(한국) ‘충충충’, 이재한(한국) ‘다른 이름으로’ 등 14편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부산=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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