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 홀랜드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 때문에 병원에서 보냈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은 점점 더 악화했고, 매일 이어지는 만성 통증, 메스꺼움, 구토 등 수많은 문제를 겪었다.
18세가 되어 소아·청소년과에서 일반 병원으로 옮긴 후에야 자가면역 자율신경절병증(autoimmune autonomic ganglionopathy)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심장 박동, 혈압, 소화, 배뇨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자율신경을 망가뜨리는 희귀 질환이다.
진단을 받기 수년 전, 그녀의 장은 실제로 막히지 않았음에도 마치 막힌 것처럼 작동했다. 튜브로 영양을 공급하면 계속 구토를 했다. 그녀의 위가 매우 느리게 작동해 다음 단계로 거의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정맥을 통한 완전 비경구 영양(TPN)으로 영양분을 공급했다. 그러나 정맥영양은 혈류로 바로 연결된 관(튜브) 때문에,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그녀는 생사를 넘나드는 패혈증을 25번이나 겪었다.
작고 연약한 몸에 매일 12번 투여하는 강한 약물 주사 때문에 척추와 흉골이 부러질 만큼 심한 골다공증이 생겨 심장과 폐에 치명적인 압박을 가했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뼈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괴사를 불러와 치아가 검게 변하고 빠졌다. 진단 4년 뒤인 22세에 ‘말기’ 판정을 받은 그녀의 몸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태였다.
“학교 행사, 졸업식, 18번째 생일, 21번째 생일… 모두 병원에서 몹시 아픈 상태로 보냈죠. 제 친구들은 아기를 낳고, 약혼하고, 결혼하고… 모두 자기 삶을 살아가는데 저는 멈춰 있어요.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을 뿐이에요.”
그녀는 호주 매체 ‘News.com.au’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질환을 “지뢰밭 위를 걷는 것 같다”라고 비유했다.이어지는 고통을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그녀는 가족에게 스스로 “내 의지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어느 날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알아보지 못한 순간이 그녀의 결심을 굳혔다.“내 의지로 삶을 끝내자”고 마음먹은 그녀는 자발적 조력사(Voluntary Assisted Dying·VAD)를 택했고, 심리평가와 절차를 거쳐 3주 만에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호주에서는 말기 환자이면서 판단 능력이 있는 성인에게 의료 조력 사망(MAID)이 합법이다. 환자가 스스로 약을 먹는 방식으로, 의사가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그녀는 “승인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상할 만큼 기뻤어요. 울기도 했어요”라며 “저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지만 가족에게는 고통을 남기는 것이기에 많이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부모와 언니의 마음은 무너졌다. 하지만 의식을 잃었다 심폐소생술을 받고 깨어난 애니(애널리스의 애칭)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호소했을 때 그녀의 결정을 이해하게 되었다.애널리스는 “매일 아침 ‘오늘은 얼마나 아플까’ 하는 불안 속에서 깨어나는 삶을 더는 견딜 수 없어요”라며 “언젠가 더 큰 고통이 닥치기 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돼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결정은 ‘포기’가 아니라 끝없는 고통 속에서도 치열하게 버틴 끝에 내린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저는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고 느낍니다. 조력사 선택은 절대로 ‘포기’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싸웠다는 의미예요.”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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