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앱 통해서 도난 실시간 확인
부천시내 돌아다니며 차량 추적해
“좌회전 차선에 서있던 내 차 발견”
잡힌 10대들은 당당…출소후 재범
“좌회전 차선에 차가 서있는데, 제 차더라고요.”
평범한 출근길 아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량이 사라진 지 약 12시간 만에 도심 한복판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을 훔친 사람은 다름 아닌 10대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은 건 차량 주인이었다.
사건은 지난달 19일 오전 7시께 시작됐다.
부천 소사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피해자 A씨의 가족이 전날 밤 주차해둔 차량은 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였고, 내부에는 스페어 키까지 있었다. 이 틈을 노린 10대들은 마치 자신의 차인 것처럼 태연하게 차량에 올라탔다.
A씨는 당시 차를 집에 두고 출근한 상태였다. 같은 날 오전 7시와 9시, 차량 제조사 앱을 통해 ‘차량 움직임 감지’ 알림이 연이어 전송됐다. 그러나 평소에도 간헐적인 오류가 있었던 탓에 A씨는 이를 단순 오작동으로 넘겼다.
이상 징후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오후 4시에도 동일한 알림이 오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집 근처에 거주하는 친척 B씨에게 차량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지하주차장을 확인한 친척은 차량이 이미 사라졌다고 알렸다. CCTV를 확인한 결과, 10대로 보이는 무리가 차량을 훔쳐간 정황이 포착됐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차량을 찾는 데 한 달에서 두 달 가량 걸릴 수도 있다”는 답을 들었다.
답답함을 느낀 A씨는 B씨와 함께 직접 차량을 찾기로 결심했다.
차량 제조사 앱의 위치 추적 기능을 활용해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시작한 A씨는 B씨와 함께 차량을 추격했다. 하이패스 결제 기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범인들이 아직 부천 인근에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약 1시간 동안 수색하던 중, 차량 위치가 포착됐다. 차량은 부천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려는 상태였다.
신호를 따라 도착한 곳은 신중동 일대 넓은 도로. A씨는 “직진 중이었는데 좌회전 차선에 제 차가 서 있었다”며 “사고 위험 때문에 막지는 못하고 조용히 뒤따라갔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다시 도난 신고를 접수하고 실시간으로 차량 위치를 공유했다. 차량이 한 차례 정차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경찰 출동을 기다렸다.
저녁 7시께, 사건 발생 약 12시간 만에 현장에서 검거가 이뤄졌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요구하자, 이들은 “우리는 미성년자다. 면허증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촬영을 하자 “왜 찍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차량 상태는 처참했다. 휠과 범퍼는 파손됐고, 내부는 어지럽게 훼손된 상태였다. 차량 내부에서는 담배를 피운 흔적이 발견됐으며, 재떨이 대신 B씨의 운동화 안에 담배꽁초를 버려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차량에 있던 120만원 상당의 현금과 고가 클러치백이 사라졌지만, 가해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이들이 훔쳤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내 물건인데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경찰서에서의 상황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A씨는 “경찰이 가해자들을 보자마자 ‘또 왔느냐’고 할 정도로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피의자는 동종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 부모의 반응도 냉담했다. A씨에 따르면 부모 측은 사과 대신 “합의할 생각 없다. 그냥 감옥에 넣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A씨는 차량 파손은 물론, 금전적 피해까지 입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소년범 사건 특성상 민사 절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차량으로 사고라도 났다면 책임이 모두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었다”며 “직접 찾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천 원미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C군(18) 등 2명을 구속하고, D군(18)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동종 전과가 있었고, 출소 후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앞서 검거된 일부 피의자는 소년범 교화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또 다른 절도를 저지르다 재차 붙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도난당했다고 주장한 물품들은 압수품에 있는 상황이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A씨에 돌려줄 예정”이라며 “현재 이들을 검찰에 송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현행 소년사법 체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혁주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소년법은 교화와 재활을 취지로 하지만, 이번처럼 구속영장 기각 이후 동일 피의자가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신병 확보 실패가 재범으로 이어진 사례”라며 “이런 경우에도 교화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제도상 보호자의 감독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입증 부담이 피해자에게 집중되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자 원상회복 명령이나 손해배상 연계 처분을 소년보호 절차에 포함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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