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한푼 없이 주택 매수만 67건…갭투자 '큰손'된 이들

2 weeks ago 4

입력2025.10.15 07:00 수정2025.10.15 07:01

내돈 한푼 없이 주택 매수만 67건…갭투자 '큰손'된 이들

올 서울 갭투자 78%는 30~40대
2월 ‘잠삼대청’ 토허제 풀리자
한달새 갭투자 600여건 늘기도
자기자금 없이 차임금으로 매수
강남3구 14건·마용성 14건 나와

6.27 대책 이후 전체 갭투자 ‘뚝’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수요자는 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한다.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매수 대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목돈이 부족한 수요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마법’ 같은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볼 땐 부작용도 상당하다. 집값 상승기 땐 가격 오름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고, 하락기 땐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래 유형인 만큼, 당국이 갭투자 현황과 추이를 잘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6·27 대책 이후 갭투자 급감

올해 들어 서울에서 발생한 갭투자의 78%가 30~40대가 실행했다는 통계가 최근 공개됐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에서 총 5673건의 갭투자 자금조달계획서(임대보증금+금융기관 대출액+임대목적)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4430건(78.1%)이 3040세대였다.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에 따라 갭투자 크게 차이가 났다. 예컨대 서울시가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갭투자가 크게 늘었다. 서울의 갭투자는 지난 1월 382건에서 2월 819건, 3월 1410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 3구(133건→352건→531건)에서 증가 폭이 컸다.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조치를 번복했다. 지난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버렸다. 서울의 갭투자는 지난 4월 490건으로 급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시장에서 규제 확대 등을 점치면서, 5~6월 들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갭투자는 다시 늘기 시작했다.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6·27 대책)을 통해 갭투자에 활용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또한 실거주 의무를 강화해 시세차익 목적의 주택 거래를 죄고 있다. 이런 조치가 나온 이후 7월 205건, 8월 155건으로 갭투자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수요 억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갭투자 감소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입금 비율인 63.4% 차지

차 의원실은 투자자의 자금조달계획을 자기자금과 차입금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올해 갭투자를 한 30~40대의 경우 자기자금 비율이 36.6%, 차입금 비율은 6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금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부동산 처분대금이었다. 금융기관 예금액, 증여상속, 주식·채권 매각대금, 현금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경우 금융기관 예금액, 부동산 처분대금, 증여상속, 주식·채권 매각대금, 현금 등의 순서를 보였다. 강남권과 마용성 등 인기 지역엔 ‘갈아타기’ 목적 갭투자가 많았다면, 노도강 등 외곽에선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사례가 많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도강에선 부동산 처분대금이 아니라 금융기관 예금액이 1위를 차지한 배경이다.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자기자금은 단 한 푼도 없이 차입금만으로 주택을 매수한 사례도 있었다. 올해 들어 67건(3040세대 거래 기준)이 발견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남 3구와 마용성에서 각 14건이 나왔고, 노도강에선 4건이 나타났다.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인기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42%나 됐다. 다만 전체 67건의 거래 중 6·27 대책 이후 이뤄진 거래는 단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 제한 조치를 두고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도 서울 집값은 더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부자’는 이 기회를 틈타 매수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청년층은 ‘레버리지’(대출 활용)를 일으킬 수단이 없어 자산 격차만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