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이 서구 소비재 브랜드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국 내수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데다 의류와 커피 등 소비재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보다 규제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초저가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은 미국 친환경 패션 기업 에버레인을 약 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에버레인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사모펀드 L캐터턴이 지분 과반을 보유해온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의류 브랜드다. 앨프리드 창 에버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에버레인은 쉬인에 인수된 뒤에도 지속 가능성과 품질이라는 기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쉬인과의 협업이 에버레인의 성장과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의 서방 브랜드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스포츠 의류 기업 안타는 올해 초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 지분 29%를 15억유로에 사들였다. 중국 전역에 수만 개 매장을 둔 카페 체인 루이싱커피 대주주인 중국계 사모펀드 센추리움캐피털도 지난달 미국 커피 체인 블루보틀 지분 대부분을 사들였다.
배경에는 중국 내수시장 부진이 있다. 중국에서는 수년간 소비 둔화와 업체 간 가격 경쟁, 디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기업의 해외 소비재 회사 인수합병(M&A) 규모는 24억달러로, 대부분 유럽과 북미 지역 거래였다. 지난해 연간 규모는 68억달러로 2018년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르망 마이어 로디움그룹 애널리스트는 “소비재는 선진국에서 중국 자본에 개방된 몇 안 되는 분야”라며 “중국 내수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해외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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