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울산 온양에 첫 둥지
농민은 예정된 모내기 보름 연기
새 동호인 호사도요 지킴이 자처
최근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한 논에서 천연기념물 호사도요가 번식에 성공해 화제가 된 가운데 호사도요알의 부화까지 모내기를 미룬 농민의 배려와 호사도요 지킴이를 자처한 조류 동호인들의 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사도요는 2000년 6월 천수만에서 국내 번식이 처음 확인됐다. 울산에서는 지난달 14일 처음 관찰돼 관심을 끌었다. 6일 뒤인 20일 호사도요가 논 가운데 둥지를 만들어 부화를 준비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논 주변은 난리가 났다.
한적한 농촌 마을은 호사도요 부화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조류 동호인들이 찾으면서 들썩였다. 일부 마을 주민은 불편을 호소했고, 어떤 사진작가는 둥지 촬영을 위해 둥지 주변 풀을 베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으나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호사도요가 둥지를 튼 논이 모내기를 앞두고 있었다는 것. 논 경작자 A씨는 애초 5월25일 모내기할 계획이었다. 울산시와 울주군 관계자들은 둥지 훼손을 막기 위해 A씨에게 조심스럽게 6월7일까지 모내기 연기를 부탁했다.
A씨가 재배하는 쌀 품종은 모내기가 늦어지면 생육에 지장을 받은 품종이었으나 A씨는 “귀한 새가 왔다고 하니 그렇게 하겠다”며 기꺼이 수용했다. 호사도요 부화를 위해 수확량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모내기를 보름이나 연기한 것이다.
A씨의 배려 속에 호사도요는 5월30일 무사히 부화해 성공해 새끼 4마리를 낳았다. 이후 조류 동호인은 호사도요 이소(둥지를 옮기는 것) 과정을 관찰하면서 지킴이 역할을 했다. 이소 과정에 한 동호인은 배수로에 빠진 새끼 한 마리를 구조하기도 했다.
현재 호사도요는 다른 곳으로 이소한 상태다. 새끼 4마리 중 1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A씨는 호사도요가 무사히 부화해 이소한 뒤 모내기를 마쳤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은 “마을 전체가 아이 한 명을 키운다는 말처럼 이번 호사도요의 첫 번식을 농민, 조류 동호인, 사진작가, 지자체와 함께 이뤄낸 결실”이라며 “모내기를 미뤄 준 농부 마음은 아버지 품처럼 넓고 따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