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재정상황 봐가면서 파업 손배청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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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재정상황 봐가면서 파업 손배청구하세요"

지난 주말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단체 뿐만 아니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 외국계 기업단체에서도 강한 우려를 표시했으나 법 개정은 강행됐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 개념 확장의 모호성, 원청의 지나친 책임 확장이나 쟁의행위 대상 범위의 과도한 확대 등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특히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관련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및 재산권 침해라는 측면에서의 문제도 계속하여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이하에서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대하여 지적되는 많은 문제들 중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과 관련하여 논하고자 한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 책임을 제한하고(제3조 제1항),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위 목적의 손해에 대하여는 배상책임을 면제하며(제2항),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시 각 배상의무자의 귀책사유와 기여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제3항). 또한 노동조합 및 근로자의 손해배상액 감면청구권을 인정하고(제4항), 신원보증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며(제5항),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하는 등의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였다(제6항).

이 중 특히 개정 노동조합법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까지도 그 배상 책임을 제한하거나 면책하는 것은 사용자의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위헌성이 지적된다.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하여도 법률이 명문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거나 경감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으며, 유독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다른 일반 불법행위와 달리 취급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도 비판할 소지가 있다.

물론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하여 개정 노동조합법의 책임 제한 규정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민법 제761조의 정당방위와 같이 현재의 긴급한 불법행위에 대해 불가피한 대응을 한 경우에만 상당한 범위 내에서 책임을 면하도록 한 규정이라고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용자의 불법행위의 태양과 정도,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불법행위의 행위태양, 손해의 정도 등에 따라 그 상당성의 판단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원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정하는지에 따라 위 책임 제한 규정이 악용될 여지를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손해배상 책임에 있어서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것 역시 그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각자의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 각자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는 부진정연대책임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를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덜어주고, 공동불법행위자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움으로써 책임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가해자의 무자력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부진정연대채무의 원칙을 깨고, 유독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만 그 책임을 개별화하도록 법제화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피해자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는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이 주체가 되는 쟁의행위의 집단법적 성질, 근로자의 단결권 보장 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동일하게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해당 판결도 당시 ‘노동조합의 간부도 노동조합 자체의 손해배상책임과 같이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종래 대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던 만큼, 개정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의 공동불법행위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채무의 원칙과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반하는 특혜를 주고자 하였다면, 이를 뒷받침할 법논리적 설득력과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바, 향후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거의 모든 사건에서 이러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거나 운영이 방해된다는 손해배상청구권 남용의 항변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사용자는 불법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때에 노동조합 및 근로자들의 불법행위와 사용자가 입게 된 손해,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경제상태 등을 고려할 때 손해배상청구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존립이나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 등 까지도 추가로 주장·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바, 불법행위자의 보호를 위하여 피해자의 권리행사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 과연 정의관념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개정 노동조합법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조항은 헌법상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긍정적 취지를 넘어, 헌법이 보장하는 사용자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며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개정 노동조합법은 유독 노동조합에 대하여만 불법행위의 일반법리 위에 존재하는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였다는 느낌마저 준다.

물론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정 노동조합법은 그대로 공포될 것이고, 6개월의 짧은 유예기간이 지난 후 곧바로 현실에 적용될 것이다. 정부는 산업계가 우려하는 기업이탈 등의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차후 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만으로 이미 발생한 손해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가 무섭게 아직 법 공포 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 노동조합은 압도적 찬성율로 파업을 의결하였고, 여러 하청 노조들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였으며, 형사고소장까지도 손에 쥐고 흔들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시행은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주어진 6개월의 유예기간은 너무도 짧아 보인다. 이에 개정 노동조합법의 시행에 앞서 기업들은 현황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협력업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는 사업장을 확인하고, 사업 편입 지표를 낮출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교섭의무가 발생할 수 있는 의제들을 사전에 확인 및 대비하고, 실제 교섭 과정 및 쟁의 발생에 대한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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