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검사로 지키는 뇌 건강
‘뇌졸중 막을 수 있다면…’ 바람 커, 일반검진으로 예방 어려운 뇌질환
MRI-CT도 조기 발견하지는 못해… 최근 ‘누구나 뇌파 측정’ 시대 열려
정기검사로 질환 전 단계 발견하면…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 가능해
예를 들어 체성분 분석을 통해 지방이 너무 많거나 근육량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운동을 하거나 식습관을 조절해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 쓸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오면 운동과 식이요법 또는 약물치료를 통해 대처하게 된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이를 제거해 대장암을 예방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기검진을 통해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됐지만 유독 뇌 질환의 예방은 어려웠다. 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장은 내시경으로 직접 상태를 확인하고,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을 떼어낼 수 있다. 그러나 뇌의 경우 기능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대개 증상 문진에 그친다. 문진만으로 뇌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일은, 문진만으로 대장에 용종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영상(MRA),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방법으로 뇌의 영상을 촬영하면, 뇌종양이 아주 분명하게 보이는 경우나 큰 뇌혈관이 막힌 듯한 모습 등 두드러진 변화는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세한 변화는 포착하기 어렵다. 게다가 모양의 변화가 없어도 뇌의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뇌 질환은 조기 진단은커녕 상당히 진행된 뒤에도 알아내기 쉽지 않다. 심지어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질환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상적으로 뇌의 기능을 측정하지 못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병이 발병할 수도 있고, 병이 진행되는 과정인데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더 큰 병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불면증이 있어도 질환인지 아닌지 가늠하지 못하거나, 가끔씩 쓰러져도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며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치매 증세를 보이는 것 같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사람도 많다.
더욱이 뇌 질환은 아직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뇌의 기능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당뇨병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혈당 수치가 높은 당뇨 전 단계 환자가 당뇨 환자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뇌 기능 검사를 하면 뇌 질환 전 단계에 있는 환자가 상당수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상태가 뇌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낸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뇌 질환을 예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뇌 기능을 측정해 선제적으로 뇌 질환을 예방하려면 뇌의 기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 방법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인체에 해롭지 않아야 한다. 이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방법이 바로 뇌파 측정이다.그동안 뇌파 측정은 여러 기술적 장벽 때문에 측정과 분석에 큰 제약이 있었다. 그나마도 비교적 정확한 분석은 대형병원의 일부 전문가만 가능했다. 이로 인해 뇌 기능 검사가 필요한 많은 사람에게 뇌파 검사는 사실상 활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기술 개발로 이러한 장벽이 무너졌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뇌파 검사를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내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지난 검진 때보다 나빠졌는지 혹은 개선되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할 수 있다면, 뇌 질환 전 단계에 있는 환자들을 조기에 찾아내 생활 속 실천으로 뇌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뇌 건강 분야에서도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새로운 혁신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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