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수백억 받는다는데…"또 칼바람 분다" 공포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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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9 16:09 수정2025.06.19 16:09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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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크업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로 대체가능한 일반 사무직 인력에 대한 대규모 감원에 나서는 한편, AI 기술 인재를 향해선 수백억원대 보상을 제시하며 치열한 영입전을 펼치면서다. 미국에서 일찌감치 AI발(發) ‘노동시장 빅뱅’이 현실화하며 한국에서도 조속한 직무 전환 교육과 AI 인재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반기 美 테크기업 감원 6만명 넘어서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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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다음달 초 수천 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요 감원 대상은 전체 인력의 약 20%(4만5000명)가 집중된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이 될 전망이다. 이번 계획이 현실화되면 MS는 불과 두 달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MS는 지난달엔 제품 및 엔지니어링 부문을 중심으로 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인 약 7000명을 감원했다. MS는 당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감원 칼바람’은 MS를 넘어 실리콘밸리 테크업계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5%에 달하는 3600명을 감원했고, 구글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광고·디바이스·클라우드 등 일부 사업부에서 수백명씩을 감원했다. 지난해에만 약 1만7500명을 감원한 인텔은 다음달부터 파운드리 사업부 전체 인력의 15~20%를 감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감원 인원도 1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글로벌 고용 데이터 분석 업체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테크기업의 감원 규모는 이미 6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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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원인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크업계 구조조정은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비용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면, 이제는 AI가 실제 사람들의 직무를 대체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업무 지원(비서·경리 등) 일자리는 2022년과 비교해 18% 줄어들 전망이다. 영업(-13%)·식품 서비스(-2%)·생산직(-1%) 일자리도 AI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날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 안에 회사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AI 사용으로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AI가 향후 5년 내 모든 신입 사무직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급등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AI 인재엔 '천문학적 보상' 제안

감원 칼바람 속에서도 AI 관련 직무에선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와 취업 데이터 플랫폼 링크업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테크기업 신규 채용 공고 중 AI 관련 직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했다. 2023년 5월(9%), 지난해 5월(16%)과 비교해 급격히 늘어났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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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숙련 AI 전문가 유치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초지능(super-intelligence)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메타는 오픈AI, 구글 등 경쟁사에 재직 중인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최대 수억달러에 달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와 관련해 “메타가 우리 직원들에게 최대 100만달러의 입사 보너스와 그 이상의 연간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며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는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발전에 따라 직무 전환이 필요한 인력 규모는 2030년까지 1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인해 대규모 직무 전환이 일어난 코로나19 팬데믹(860만명) 때와 비교해도 약 40% 더 많은 수치다. 맥킨지는 “근로자들의 직무 전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규모 직업 훈련 및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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