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KT&G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143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트리삭티 인수는 ‘K담배 질주’의 출발점이었다.
KT&G는 트리삭티 인수 이후 현지 생산시설을 발판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맞춘 제품 전략을 본격화했다. 굵고 독한 정향 담배가 주류이던 현지 시장에서 에쎄는 얇은 담배에 향과 캡슐을 더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가격보다 취향과 세련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소비층을 파고든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에쎄는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수출형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CJ의 비비고 만두, 농심의 신라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이은 K식품 수출 주역으로 떠올랐다.
◇비난받던 인니 공장 ‘황금알 낳는 거위’로
KT&G의 초슬림 담배 ‘에쎄 체인지 시리즈’가 해외에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국산 담배가 단일 품목 수출로만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해외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23일 KT&G에 따르면 에쎄의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326억개비로 국내 판매량 209억개비를 크게 앞질렀다. 매출도 해외 1조1000억원으로 국내 9437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만 해도 국내 9361억원, 해외 4943억원으로 격차가 컸지만 4년 만에 역전됐다.
에쎄는 1996년 출시된 초슬림 담배 브랜드다. 굵고 강한 담배가 주류이던 시절 ‘얇은 담배’라는 틈새를 공략해 성장했다. 이후 2013년 세계 최초로 초슬림 담배에 캡슐을 적용한 ‘체인지 시리즈’를 선보이며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필터를 눌러 맛과 향을 바꿀 수 있는 구조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에쎄의 해외 공략 비결은 현지화다. KT&G는 각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향을 섞은 현지 전통 담배 특성을 반영했고,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는 향 캡슐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얇은 형태에 향 전환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 젊은 층 수요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가격 전략도 주효했다. 단순 저가 경쟁 대신 현지 시장에서 ‘비싸지만 세련된 제품’이라는 포지셔닝을 택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현지 생산·유통 ‘승부수’
KT&G는 현지에서 생산 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수입상에 제품을 넘기는 간접 수출만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키우기 어렵다고 보고, 법인과 공장, 영업망을 묶은 직접 사업 모델로 전환했다. KT&G 관계자는 “담배는 광고 규제가 강한 산업인 만큼 결국 소매점 입점력과 현장 유통망 관리가 실적을 좌우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외 조직도 재편했다. KT&G는 아시아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유럽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3개 사내독립기업 체제를 운영 중이다. 권역별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현지 수요 변화에 맞춘 제품 공급과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생산거점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기지가 늘어나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별 수요 변화에도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성 방어에도 유리한 구조다. KT&G는 지난해 말 튀르키예 공장 증설을 마쳤고 카자흐스탄 신공장도 준공했다. 인도네시아 신공장은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에쎄의 성과가 일시적 수출 호조를 넘어 KT&G 해외 담배 사업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제품 차별화와 현지화 전략, 생산기지 선점, 직접 유통망 강화가 맞물리면서 해외 사업의 수익성과 확장성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쎄의 성과는 일시적 수출 증가가 아니라 해외 담배 사업이 구조적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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