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유가·가격인하·상품성 개선 '3박자'…전기차 캐즘 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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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6월 26일 오전 11시 25분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2023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덮친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끝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과 중국에선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1%, 16.6% 늘었다.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 미국에서도 중고 전기차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고유가 장기화, 배터리 가격 하락에 따른 차량 가격 인하, 성능 개선 등이 맞물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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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전기차 판매 125% 급증

26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 중국승용차협회(CPCA),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산업통상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요국 전기차 판매량이 일제히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26만8000대로 전년 동월보다 39.1% 급증했다. 프랑스(92.7%) 이탈리아(86.5%) 독일(39.3%) 등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유럽 내 내연기관차(가솔린·디젤) 판매량이 19.0%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단독] 고유가·가격인하·상품성 개선 '3박자'…전기차 캐즘 끝 보인다

지난달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6.6% 증가한 88만6000대를 기록했다.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56.9%로 치솟았다. 올해 3월까지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던 중국 전기차 판매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했다. 한국에선 지난달에만 전기차 판매량이 65.4% 늘었고 1~5월 누적으로는 125.3% 급증했다. 지난달 팔린 수입차 절반가량(48.6%)도 전기차였다.

미국 시장은 중고 전기차가 수요를 떠받쳤다. 지난달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4만29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었다. 지난해 10월 보조금 폐지 여파로 지난달 신규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1.9% 줄었지만 올해 1월(-29.9%) 후 감소 폭은 매달 축소되고 있다.

◇ 배터리값 3년 새 28%↓

당초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이 2027~2028년에야 끝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짧은 주행거리,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초기 구입 비용 등 구조적 문제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업계에선 중동 분쟁으로 유류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제조 원가 절감으로 전기차 가격이 낮아진 것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팩 가격은 지난해 킬로와트시(㎾h)당 99달러로 2년 연속 1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2022년(㎾h당 138달러)과 비교하면 28.3% 감소했다.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이 늘고 중국발 공급 과잉이 겹친 결과다.

제조 기술 혁신도 차값 인하를 뒷받침했다. 배터리 셀을 모듈 단계 없이 곧바로 팩에 장착하는 ‘셀투팩’ 기술이 도입되자 부품이 줄어 제조 단가가 절감됐다. 2022년형 6만4000달러였던 테슬라 모델Y는 2026년형이 4만9000달러로 낮아졌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도 2021년 말 출시 당시 4만달러 안팎이던 가격이 2026년형 기준 3만7000달러대로 내려갔다.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주행거리가 늘어난 점도 소비자 수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기차 보조금도 수요 견인

각국 정책도 수요 회복을 떠받쳤다. 독일은 2023년 말 폐지한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 1월 재도입했다. 2022년 전기차 보조금을 없앤 영국도 지난해 7월 구매 할인 형태의 지원을 다시 꺼냈다. 중국은 직접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차량 구매세 감면과 노후차 교체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연방 보조금이 사라진 자리를 완성차 업체의 인센티브가 대체했다. 지난달 신차 전기차 평균 인센티브는 차값의 14%로 평년 대비 두 배를 웃돌았다.

캐즘 조기 종료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투트랙’ 전략을 고수해온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고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현대차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딘 편이다.

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는 전기차 전환이 늦은 데다 하이브리드카 라인업도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캐즘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전기차 후발주자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정상원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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