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장관 후보자 ‘겹치기 근무’ 의혹 확산
野, 2021∼2022년 출입국 기록 확보
여러 업체에 동시에 적을 두고 임금을 받아 ‘겹치기 근무’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2021~2022년 미국에 장기 체류하면서도 국내 기업으로부터 임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8일 제기됐다.
이날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확보한 법무부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2021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2월 11일까지 72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권 후보자의 행선지는 미국이었다.
권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 기간 권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의 한 인쇄물 업체에 근무 중이었고, 매달 140만 원 상당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도 가입한 상태였다.야권에선 이 기간 권 후보자가 미국에 체류하며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으면서도 월급을 부당 수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에 거주하는 손자녀를 돌봐 주고 골프, 가족 여행 등을 한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21년 12월 27일 페이스북에 “이사, 집수리, 손주들 학교 어린이집 라이더와 막내 손주 육아 도우미로 바쁘게 지냈다. 25불씩 주고 골프도 몇 번 쳤다”며 “2박3일 일정으로 big tree와 요세미티(미국의 관광지)를 다녀오는 길”이라고 썼다. 이듬해 1월 12일에도 중고 시장에서 골프채를 샀다며 “내일 하이브리드 대신 우드로 굿샷 해볼까”라고 썼다.
김재섭 의원은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라면 연차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72일간의 장기간 해외 체류에도 불구하고 급여 수령이 지속되었다면 사실상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은 셈”이라며 “체류 기간 중 여행, 골프 등의 활동은 사적 체류 목적이 명백하며 결과적으로는 비행기값을 월급으로 메운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정서에 완전히 동떨어진 행태이며 국가보훈을 책임질 장관 후보자로서의 도덕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권 후보자는 이 업체 외에도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 근무해 ‘겹치기 근무’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그는 2023년 한 해에만 이 업체를 포함해 배우자가 운영하는 서울의 음식점, 서울의 산업용 자재 기업, 수도권 대학, 부산 소재 물류회사 등 5곳에서 동시 근무하며 8380만 원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8일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및 16개 상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이재명 정부 인사참사 국민검증단’을 꾸리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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