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모대출 투자자금 ‘쏠림현상’
전체 30.5조에서 보험업권이 67%
증권사는 한곳이 80% 투자액 독식
해외 사모대출 투자 자금이 일부 보험사와 증권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권의 해외 사모대출 30조5000억원 가운데 10조원이 보험사 5곳에 몰렸고 증권업권에서는 한 회사가 투자액의 80%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사모대출 규모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지만, 일부 회사에 투자 쏠림이 일어난 것이 더 큰 위험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는 30조5000억원이었다. 권역별로 보면 보험업권 투자액이 20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했다. 상호금융은 4조7000억원, 증권은 2조8000억원, 은행은 2조원 수준이었다.
보험업권 투자 규모는 은행의 10배를 넘고 증권의 7배를 웃돌았다. 해외 사모대출은 은행 대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대표적인 대체투자 자산으로 꼽힌다.
보험업권 내부에서도 자금은 일부 대형사에 집중됐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보험사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액은 총 1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위 3개 보험사의 투자액은 7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55.0%를 차지했다. 상위 5개사의 투자액은 9조9000억원으로 비중이 76.7%에 달했다. 금융권 전체 해외 사모대출 투자액의 23.3%가 보험사 3곳에 집중된 셈이다.
증권업권의 집중도는 더욱 높았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액은 총 2조7882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한 증권사가 2조2327억원을 투자해 전체의 80.1%를 차지했다. 나머지 9개 증권사의 투자액을 모두 합쳐도 5555억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특정 회사가 증권업권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모대출 투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금융권 전체 투자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58.4%, 유럽은 30.7%. 글로벌 금리 상승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몰렸다.
문제는 규모보다 쏠림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해외 사모대출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 해외 부동산 투자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해외 부동산 역시 저금리 시절 안정적인 수익자산으로 인식되며 자금이 대거 유입됐지만 이후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하락으로 보험사와 증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해외 사모대출 역시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고 시장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투자 집중도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가 금융권 총자산의 0.42% 수준에 불과해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는 보험업권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사모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일부 회사는 20%에 육박한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사모대출의 상당수는 이자를 원금에 더하는 PIK(Payment-in-Kind) 구조를 활용하고 있어 차입기업의 상환능력이 악화되더라도 부실이 즉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기가 2028년 전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사모대출은 높은 수익률 덕분에 기관투자가들의 선호가 높았지만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경우 투자 규모가 큰 보험사나 특정 증권사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며 “전체 규모보다도 누가 얼마나 투자했는지, 특정 기관에 얼마나 쏠려 있는지를 봐야 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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