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오르면 세금 부담 커지는
文정부 로드맵 포함 안 시키기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지만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그대로 따르진 않을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처럼 아예 폐지를 추진하기보다는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9일 정부·여당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일 예정된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정하는 집값인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부과할 때 기준으로 쓰인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아파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려 시세의 90%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다. 아예 부동산공시법(제26조 2)을 개정해 현실화율 목표치를 설정하는 걸 의무화하기도 했다. 당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가운데 인위적인 인상분인 현실화율까지 더해지니 공시가격이 확 뛰고 세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뒤이어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이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추진했다. 국민의힘도 부동산공시법 제26조 2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해 뒷받침하고 나섰다. 물론 의석수가 적어 실제 개정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 대신 윤 정부는 집권 3년 동안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로 고정했다. 인위적인 인상분 없이 시세 변동만 반영하도록 산식 변경에도 나섰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으며 부동산 시장의 이목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재추진될지에 쏠려 있다. 하지만 여당과 국정기획위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는다’는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기조에 발맞춰 과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도 부담 요소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도 공시가격 인상과 보유세 상승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처럼 법 개정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자체를 폐지하지도 않을 전망이다. 시세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되, 급격한 보유세 인상은 없도록 설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각각 추진한 공시가격 정책의 중간 지점을 찾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