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회생절차에서 이자가 대폭 불어나는 대출 약정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서 최대 채권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의 대출약정상 표면금리는 연 8%였지만 회생 신청 이후 법정최고이율인 연 20%의 이자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회생 가결 시한인 7월3일 이후 홈플러스가 청산되더라도 연 20% 이자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메리츠는 이미 홈플러스 점포 매각대금 등으로 원금 일부를 회수했고, 남은 채권도 부동산 담보를 별로 신탁회사로 쥐고 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청산을 피하려면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이재명 정부가 비판해온 금융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 사례로 보고 메리츠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자 불어나는 대출약정
21일 유동수, 민병덕, 김남근, 송재봉, 이강일, 박희승 의원 등이 소속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MBK 홈플러스 사태해결 태스크포스(TF)가 확보한 ‘홈플러스와 메리츠 간 대출약정’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의 홈플러스 대출은 회생절차 이후 이자 부담이 커진다. 대출약정상 최초 대출액은 1조3000억원이다. 표면금리는 연 8%였지만 대출 실행 과정에서 별도 수수료가 붙으면서 회생개시 전 이자와 수수료를 포함한 실질 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 11.5% 수준이었다. 회생절차 이후 청구해 채권신고한 이자율은 14.6%까지 올라갔고, 회생 개시 후부터 연 20%가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메리츠가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인 7월 3일까지 이미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금액은 총 8715억원이다. 원금 회수분과 회수 예정액 4118억원에 이자와 수수료 4597억원을 더한 규모다. 누적된 이자와 수수료 총액 4597억원은 대출 원금 1조3000억원의 35%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대출금을 인출할 때 대출약정금의 1.1%, 취급수수료 0.7% 등이 수수료로 붙는다.
홈플러스 청산 이후에도 이자 부담은 계속된다. 담보권을 가진 선순위 채권자인 만큼 메리츠는 청산 절차로 넘어가더라도 담보 범위 안에서 원금은 물론 약정상 연 20% 수준의 연체이자까지 우선변제 대상으로 주장할 수 있다. 잔여채권 8882억원에 연 20%를 적용하면 연간 약 1800억원의 이자가 추가로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생이 지연될수록 메리츠가 청구할 수 있는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메리츠는 신탁 형태로 쥐고 있는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 구조다. 이미 부천소사점, 부산반여점, 신내점 등을 팔아 1348억원을 회수했다. 여기에 질권계좌에 예치된 임차점포 보증금과 매각이 진행 중인 동광주점, 유성점, 야탑점 매각 예정대금까지 포함하면 277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그룹이 설정한 담보 규모는 1조56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산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담보를 통해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104개 중 37개 매장이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로, 업계에서는 폐점한 자가점포 일부가 추가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리츠로서는 회생이 지연되는 동안 연 20%로 올라간 이자를 청산 국면에서 담보와 점포 매각을 통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메리츠가 회생 지원을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메리츠는 과거에도 거액을 대출했다가 부동산 담보를 통해 회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역삼동 복합개발사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확보한 ‘메리츠의 역삼동 복합개발 부지 매각 및 리파이낸싱 성공사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복합개발사업의 브릿지론 단계에서 약 1300억원을 대출한 1순위 선순위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본PF 전환이 무산되자 메리츠는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공매를 추진했다. 후순위 대주단은 공매가 유찰될 경우 매각대금이 선순위 채권 회수에 먼저 쓰여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후 라살자산운용과 KT에스테이트 컨소시엄이 해당 부지를 약 1550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메리츠는 기존 브릿지론 원금과 연체이자 등을 대부분 회수했다. 메리츠는 이후 새 사업의 선순위 금융 주관사로 다시 참여해 약 4190억원 규모의 본PF 조달까지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회생으로 가면 이자 감면과 원금 분할 변제를 감수해야 하지만, 청산으로 가면 메리츠는 담보권을 바탕으로 원금과 고율 연체이자를 우선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며 “DIP 금융 조달에 조건을 계속 붙이며 회생을 지연시키는 것은 결국 청산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 측은 연 20% 이자가 실제 수취액이 아니라 회생절차상 채권으로 청구한 금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만큼 실제 이자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며, 청산 절차에서 배당 재원이 부족하면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담보가치도 현재 평가액일 뿐 실제 매각가와 회수액은 청산 시점에 달라질 수 있어, 부동산 담보가 있다고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메리츠-MBK '핑퐁 게임'...정치권 "책임 물을 것"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5월 홈플러스 회생 기간을 2개월 연장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7월3일로 미뤄졌다. 법원은 이때까지 홈플러스가 제시한 △DIP(긴급운영자금) 금융으로 2000억원 마련 △인수후보자 선정 △수정 회생계획안 제출과 채권단 동의 등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추가 기한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회생 시한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MBK와 메리츠는 지원 조건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쟁점은 2000억원 규모 DIP를 누가, 어떤 조건으로 부담하느냐다. 앞서 2000억원 넘는 자금 지원을 밝힌 MBK는 메리츠의 DIP 금융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회생 절차를 통해서도 메리츠가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만큼 청산을 전제로 한 담보 회수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MBK뿐 아니라 고금리 부동산 담보 대출로 고수익을 내온 메리츠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간 금융기관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고금리 금융을 잇달아 비판해왔다.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금융기관들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그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고, 불법 사금융 대응 과정에서는 “금융은 민간 영업 형태이지만 국가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기반한 준공공사업이니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고리대와 도박은 망국 징조”라며 고금리 대금업과 사채성 금융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메리츠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 DIP 대출 1000억원 지원을 의결했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제시했다. 사실상 MBK가 추가 지원을 하라는 의미다. 홈플러스 부실의 책임은 대주주인 MBK에 있는데 채권자인 메리츠가 추가 손실 가능성을 떠안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양측의 입장이 모두 당정의 민생금융 기조와 충돌한다고 보고 있다. MBK와 메리츠가 조건 공방만 벌이며 회생이 지연되는 사이 그 충격은 대규모 실직과 협력업체 줄도산, 입점 상인 피해, 지역상권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근 의원은 “금융기관에는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있는데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청산으로 몰아 노동자와 입점 상인, 납품업체를 희생시키는 방식의 채권 회수는 용납되기 어렵다”며 “고금리 금융 구조가 기업 회생을 가로막고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다면 정치권이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은/송은경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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