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압구정2구역 수주전
뉴욕 인공섬 토머스헤더윅
현대건설과 손잡고 고급화
자연·도시 융합 예술성 강점
삼성물산은 애플 파크 지은
노먼 포스터와 손잡고 설계
독창적인 랜드마크 추구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어' 압구정 2구역이 18일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며 시공사 수주전이 시작됐다. 삼성물산이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와 손잡은 데 이어 현대건설에서도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과 대안 설계에 나서기로 하면서 랜드마크급 단지를 위한 두 건설사의 설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발표했다. 공사비 예정 가격은 기존 2조4000억원보다도 3488억원 높은 2조7488억원으로 정해졌다. 3.3㎡당 공사비만 1150만원 수준이다. 최고 65층, 2571가구 규모로 개발되는 만큼 초고층 설비에 드는 공사비 규모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조합원들 눈높이에 맞는 랜드마크급 설계를 제안하기 위해 건설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건축거장과 손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은 영국 런던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의 '헤더윅스튜디오'와 손잡고 대안 설계에 나선다. 헤더윅은 뉴욕 허드슨야드의 전망대 '베슬', 맨해튼 중남부의 인공섬 '리틀 아일랜드'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 건축물을 설계했다. 국내에서는 2028년 완공되는 노들섬 프로젝트를 맡아 화제가 됐다. 헤더윅의 디자인은 건축물과 자연을 융합해 유기체 같은 도시 풍경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물산에서는 앞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노먼 포스터의 '포스터앤드파트너스'와 협력해 대안 설계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터앤드파트너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파크를 비롯해 런던 시청사, 홍콩 HSBC 본사 등을 설계해온 건축 명가다.
세계적인 건축거장들의 맞대결 포인트는 제한된 가이드라인 내에서 외관에서 최대로 독창성과 화려함을 살려내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동수와 스카이라인 등 서울시와 수차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기준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외관 디자인, 커뮤니티, 조경 영역 등에서 시공사가 자유롭게 대안 설계안을 내놓도록 입찰 지침을 마련했다.
이 같은 설계 전쟁과 더불어 양사의 파격 금융 조건 대결도 흥밋거리다. 조합이 제시한 입찰 지침에는 '사업비 무한 대출' 등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까다로운 금융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가 사업비 대여 한도를 무제한으로 정하고, 조합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액수만큼 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담긴 것이다. 이주비는 기본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 금리를 동일하게 제시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주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100% 이내(개별 조합원 담보가치 이내)로 제안하도록 했다. 압구정은 이미 집값이 높아 LTV 100%로도 서울의 웬만한 곳으로 이주가 가능하고, 오히려 일부 조합원이 이주비를 갚지 못할 경우 조합에 부담이 돌아온다는 점에서 이같이 정했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압구정 2구역의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수요자들의 발걸음은 빨라지는 모양새다. 압구정 신현대 전용면적 183㎡(5층)는 지난 1일 10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가격인 99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