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서 예·적금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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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정부가 10년 장기 평균 운용수익률 연 2%대에 불과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 즉 은행 예·적금과 같은 상품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극히 저조한 데다 이재명 정부가 자본 시장 육성을 위한 ‘코스피 5000 시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와 증시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고용노동부 등 퇴직연금 유관부처는 새 정부 주요 정책과제로 이 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방안을 검토해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포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디폴트 옵션에 포함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를 줄이거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연계채권(ELB) 비중을 높인다고 수익률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며 “애초 기대보다 디폴트 옵션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 유관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4가지 투자유형(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에 관계없이 디폴트 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 비율이 높은 편이다”며 “수익률이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 같은 논의에 나선 것은 현재 432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82.6%)이 원리금 보장형에 쏠려 있어서다.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3.67%로 증권·회사채 등 실적 배당형 상품 수익률(9.9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5년 수익률로 넓혀봐도 원리금 보장형(2.49%)이 실적 배당형(4.77%)의 절반 수준이다. 은행권이 운용하는 원리금 보장형 포트폴리오에 은행 예·적금 비중이 49.3%, 보험업권이 운용하는 원리금 보장형에 금리확정형 보험 비중이 69.7%를 차지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에서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 제외를 두고 그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디폴트 옵션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앞서 국회 입법 과정에서 한 번 정리가 된 부분이기 때문에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금융당국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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