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부서에 잘 전달”…'티메프' 피해자들 두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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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10 16:15 수정2025.07.10 16:15

'티메프 사태 1년, 전 정부 대응 문제점과 평가' 정책토론회가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이시은 기자

'티메프 사태 1년, 전 정부 대응 문제점과 평가' 정책토론회가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이시은 기자

“정부의 지원은 또 다른 부채였습니다.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판매대금에 준하는 빚이 추가로 생겼습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피해기업 A 대표 박수민 씨는 발표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울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10일 티메프 사태 1년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1년 전 정부 대응 문제점과 평가’ 정책토론회에선 박 씨의 눈물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100여 명의 피해자로 좌석이 가득 찼다. 하지만 토론회 끝까지 뚜렷한 결론은 도출되지 못했다.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요구 사안에 대해선 “검토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피해 복구, 책임은 누구에게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경제입법 단체 을지로위원회와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티메프큐텐피해자연합' '검은우산비대상대책위원회' 등 피해자 연합 100여 명과 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 민주당 의원 8명(이언주·송재봉·이강일·박희승·김남근·권향엽·정진욱·김동아)이 자리했다. 피해 기업인과 소비자들의 정책 제안과 요구사항을 듣고, 부처별 입장과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였다.

티메프 사태는 지난해 7월 이커머스 업계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 정산을 제때 해 주지 못하면서 소비자 47만 명, 판매나 5만6000명이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 당시 금감원이 추산한 미정산 금액은 1조2789억원, 피해업체 수는 4만8124곳이다. 이후 티몬은 회생법원 강제인가를 걸쳐 신선식품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에 인수합병(M&A)이 결정됐다. 회생채권(대여금채권·상거래채권·구상채권) 변제율은 약 0.75%로 책정됐다. 1억원어치 돈을 떼였다면 75만원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수자의 고용 승계 등을 고려한 법원 판단이지만, 피해자들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는 아직 새 주인을 찾지도 못했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주로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들을 지원해왔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자 부담을 줄이고 대출 상환 기간이라도 늘려달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가전제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강만 씨는 “10년 넘게 LG전자, 삼성전자 제품을 안정적으로 거래해왔지만 갑자기 21억원이 넘는 금액이 묶였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말했던 상환 유예 정책은 현장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며 “신용보증기금 금리 5%, 시중은행 7%, 중소기업진흥공단 2.5% 등 남은 것은 ‘이자 폭탄’뿐”이라고 했다. 신정권 검은우산비대위 대표는 “운영 중인 회사 순이익이 1조1000억원인데 이자만 5000만원”이라며 “피해 금액 10억원을 복구하려면 20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부처 관계자들은 "검토해보겠다"

피해자들은 티메프 사태를 일으킨 구영배 큐텐 대표를 향한 추가 조사도 촉구했다. 신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해외기업 큐텐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있는지 누구도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소한 구 대표의 남은 국내 법인이라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티몬에 대한 금감원의 관리 부실도 지적했다. 티몬이 과거 미정산 잔액을 10분의 1로 줄여 보고했는데, 금감원이 속아 넘어갔던 점을 다시 지적한 것이다. 이밖에 SC제일은행이 취급했던 선정산대출 상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티몬·티몬월드와 위메프 입점 업체들이 쓰던 상품인데, 정산이 끊기면 채권자로 등록되는 동시에 개인의 연대보증 책임도 발생해 부담이 크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수성’에 집중했다. 이들로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서다. 김현동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장은 “앞서 중진공 대출 금리를 기준으로 원래 4%짜리를 2.5%로 낮췄는데, 이미 재해자금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역마진을 감수하는 것이라 쉽진 않겠지만 (금리 인하를)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변재은 금감원 전자금융감독국장은 “미정산 잔액의 허위 보고 건은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며 “내달 정산 자금 관리를 위한 행정지도 성격의 가이드라인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SC제일은행 관련 질의에 대해선 “담당이 은행검사국이라 김동아 의원실(주최 측)로 보고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박종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총괄과장은 “기관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후 피해 구제에 문제가 없도록 대금 상당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알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근본적인 법률 예방 대책을 마련 중이라, 기관 차원에서 공정위가 적극 추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의원들은 행사 주최 측인 김 의원을 제외하면 김남근 의원 1명만 자리를 지켰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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