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마다 긴줄, 온라인 대기 171시간…SKT '유심 대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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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서도 ‘대기 인파’ >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SK텔레콤 로밍센터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유심 교체 서비스가 개시된 오전 10시 전부터 로밍센터에 사람이 몰리며 혼선을 빚었다.   임형택 기자

< 공항서도 ‘대기 인파’ >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SK텔레콤 로밍센터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유심 교체 서비스가 개시된 오전 10시 전부터 로밍센터에 사람이 몰리며 혼선을 빚었다. 임형택 기자

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첫날인 28일, 서울 종로의 한 T월드 매장은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줄로 북새통을 이뤘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70대 최모씨는 “자녀에게 연락받고 아침 일찍부터 나왔는데 벌써 두 시간째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50대 백모씨는 “T월드 앱에서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몰린 탓인지 잘 안돼 매장으로 나왔다”며 “은행, 증권사 계좌가 다 핸드폰 번호와 연계돼 있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돼 줄 한가운데서 순서가 끊기자 고객끼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 가라앉지 않는 불안, 불만

SK텔레콤이 해킹에 의한 유심 일부 정보의 유출 정황을 신고한 지난 20일 이후 8일째인 이날까지 가입자의 불안과 불만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전일 대국민 발표문을 내고 “유심 100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며 “다음달까지 유심 500만 개를 추가 확보하고 유심 교체 예약 서비스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고객 혼란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대리점마다 긴줄, 온라인 대기 171시간…SKT '유심 대란' 현실화

광화문 앞 SK텔레콤 대리점에는 오전 9시부터 100명 넘는 대기 인파가 몰려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30대 박모씨는 기자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자동 접속됩니다’라는 안내 문구 밑에 뜬 ‘예상 대기시간 171시간26분18초’를 가리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오는 5월 연휴에 해외로 가족과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로밍과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말에 분통이 안 터지겠냐”고 했다. 그는 이날 유심을 교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장이 나서 유심 무상 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을 전혀 예상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K텔레콤 대리점에 따르면 고객 한 명의 유심을 새로 교체하고 저장된 정보를 옮기는 데 10~15분이 든다. 이 속도라면 모든 대상자가 유심을 교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2~3개월이 걸린다.

◇ “유심 유출만으로 복제폰은 불가능”

SK텔레콤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가입자의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설사 유심 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계정 등이 탈취될 수 있다는 것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커가 현재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심 고유 식별번호(IMEI)만으로 개인 계좌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아이디와 비밀번호, 금융 인증서 등 개인정보를 모두 확보해야만 계좌 탈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완벽히 잘못된 소문”이라고 강조했다.

로밍 서비스 이용 등의 이유로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하더라도 복제폰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게 SK텔레콤의 주장이다.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으로 휴대폰 복제 시도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기 변경 시도 횟수, 기지국 통신 신호로 판별할 수 있는 단말기의 위치, 시간 등 다양한 조건을 FDS 시스템이 추적해 상당수 이상 접속 시도를 막을 수 있다”며 “여기에 유심 보호 서비스까지 가입한다면 이상 시도를 100%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사이에선 “SK텔레콤을 이용한 이유가 튼튼한 보안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셈”이라며 “KT, LG유플러스로의 이동을 고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최지희/김유진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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