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 화웨이·SMIC에 첫 수출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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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 SMIC를 전략적 수출 통제 대상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기술 규제망에 대만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육성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中 화웨이·SMIC에 첫 수출통제

블룸버그통신은 15일 대만 경제부 산하 국제무역국이 최근 자국의 전략적 첨단기술 수출 통제 목록에 화웨이와 SMIC, 이들의 해외 자회사 여러 곳을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목록에 오른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대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조치는 별도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시행됐다. 지금까지 대만은 일부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오긴 했지만 중국 핵심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인 대만이 미국의 중국 압박에 본격적으로 동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규제 강화로 화웨이와 SMIC는 대만이 보유한 반도체 제조 공정 설계, 공장 건설 기술, 장비, 소재 등에 접근이 제한된다. 특히 AI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급 장비 상당수가 통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에 첨단 칩을 공급하는 대만 TSMC의 장비·기술 일부도 포함됐다. 이번 블랙리스트에는 일본, 러시아, 독일 등지에 있는 화웨이의 해외 자회사도 포함돼 수출 규제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화웨이와 SMIC는 이미 미국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장비, 소재, 설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는 2020년부터 미국 제재에 따라 화웨이와의 칩 생산 계약을 중단했지만 미국 상무부가 올해 초 의회 보고에서 “TSMC가 여전히 수십만 개 규모의 일부 칩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만의 수출 통제 강화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취임 직후 중국을 처음으로 ‘적대적 외국 세력’으로 규정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며, 이 중 상당수가 첨단 AI·통신 칩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소재다. 이번 조치로 미국, 대만, 일본 등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의 대중 기술 봉쇄망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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