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관세, 반도체·로봇에 한정해야”···美싱트탱크의 對트럼프 관세전략 조언 눈길

4 days ago 10

미 외교협회, “美 경제 패권 유지?
하류의 저비용 산업 탐욕 멈추고
글로벌밸류체인 ‘상류’에 있어야”

대중 무차별적인 관세 공격 대신
고부가 품목 제한 적용이 효과적

전방위적인 트럼프발 대중 관세
과열 경쟁 中 구조조정 돕는 꼴

미 외교협회(CFR) 산하 모리스 그린버그 센터의 종위안 조 리우 연구원. <사진=CFR>

미 외교협회(CFR) 산하 모리스 그린버그 센터의 종위안 조 리우 연구원. <사진=CFR>

“미국은 글로벌 밸류 체인의 상류에 머물러야 한다. 중국은 그 밑에서 계속 흑자를 보며 그 이익으로 미국 달러를 재순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트럼프가 중국이 영위한 저가형 소규모 제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건 정치적으로 공허하고 경제적으로도 매력적이지 않다.”

국제관계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 산하 중국 전문가가 갈수록 복잡하고 첨예해지는 미·중 관세전쟁에 대해 이 같은 단순한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복잡한 상호관세를 미국 경제가 강점인 상류(업스트림)의 고부가가치 품목에 적용하고 미국이 다시 찾아올 수 없는 하류(다운스트림)에서 공격을 자제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한마디로 범용 부문에서 과욕을 부리지 말고 고급 품목의 미국 기득권 확보에 주력하라는 것으로, 중국이 챙기는 무역 흑자를 온전히 달러와 미 국채 매입에 쓰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모리스 그린버그 센터의 종위안 조 리우 연구원은 29일(현지시간) 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어페어즈에 올린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비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분석글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 같은 전략적 유연성을 당부했다.

그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중국에 대한 최대압박으로 이어질 경우 궁극적으로 공산당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중국의 오랜 의심만 강화할 뿐이라며 오히려 중국에 공포가 아닌 ‘딜레마’를 던지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가 트럼프의 최대압박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대중 ‘딜레마 전략’은 한마디로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상대로 열심히 번 수익을 다시 미 달러와 국채 매입에 쓰도록 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구상이다.

그는 “미국인들은 중국 공장의 저가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고 싶어하지 않기에 미국은 항상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직면한 과제는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청정에너지 등 미래를 좌우할 산업에서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만들고 중국이 계속해서 흑자를 미국 달러 자산으로 재활용(recycle)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적자를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글로벌 생산망의 상류 공급업체이자 중국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파트너로써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동시에 저가형 소규모 제조업에서 상당한 규모의 대중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이 (하류)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미국으로 다시 불러오는 것은 정치적으로 공허하고 경제적으로도 매력적이지 않다.”

트럼프가 애플의 아이폰 조립 공장을 미국으로 들여와 제조업 부활을 꿈꾸는 건 미국 노동력의 질과 생산 단가 확보에 맞지 않은 미친 전략이라는 주류 언론의 최근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리우 연구원은 트럼프 성호관세 전략을 무분별하게 적용하기보다 반도체 및 산업용 로봇과 같은 고급 전략 제조 부문에 타깃해 미국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목표로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에는 이런 고급 부문에 약간 더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이 미국산 원자재와 산업 투입재를 구매할 때 (인센티브 차원에서) 관세를 낮춰주면 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핵심 산업을 보호했다고 주장할 수 있고, 시진핑은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지키고 소폭의 관세 인하를 확보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 설계인 만큼 서로가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는 상류 품목에서 관세율을 올리고 대미 구매 실적에 따라 관세율을 낮춰주는 이 같은 보상 설계를 통해 조정의 부담을 중국에 넘길 수 있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미국 경제를 첨단 산업 중심으로 재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보복관세가 어리석은 이유로 그는 중국 내 과잉 생산과 치열한 내부 경쟁 구조를 거론했다. 보복관세로 중국 기업에 타격을 주려 한들 A기업이 도산하면 다른 경쟁 B·C·D사 등 인해전술처럼 다른 기업들이 덤벼들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수출의 주역인 중국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은 3.7년에 불과하다. 관세가 지속되더라도 중국의 글로벌 상업적 확장은 멈추지 않는다. 내부 과잉 생산과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이윤을 찾아 이미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 전쟁은 역설적으로 내부 과다 경쟁으로 한계 상황에 이른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키우는 좋은 명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차마 할 수 없는 시장 내 좀비 기업 퇴출과 산업 체질 전환을 미국 대통령이 악역을 자처해 도와주는 식이다.

앞서 트럼프 관세전쟁의 선봉에 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관세전쟁을 ‘전략적 불확실성’이라고 포장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27일 미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 전략에 ‘게임 이론’까지 끌어들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관세로 ‘채찍’을 보여주고, 당근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미 무역국이 트럼프 2기의 관세전쟁을 패가 뻔히 보이는 협박 정치로 간주하며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응하는 가운데 트럼프만 발가벗은 상태로 안데르센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이 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래의 기술이라는 황금옷을 입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리우 연구원은 “지난 한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얻어낼 양보의 범위가 좁혀졌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렇게 재조정된 전략을 통해 트럼프는 여전히 작은 승리를 주장할 수 있고 현재 미국이 직면한 (기축통화 패권 위기 등) 막대한 잠재적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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