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대출 규제(6·27 부동산 대책)의 불똥이 빌라(다세대·연립)와 재개발·재건축 시장으로 튀고 있다. 서민층의 버팀목(전세) 대출 한도가 줄면서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1+1 분양’을 추진하던 정비사업장은 이주비 대출 문턱이 대폭 높아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민 주거 불안, 주택 공급 지연 같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버팀목 대출 한도 대폭 축소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임대인연합은 오는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비아파트 임대시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6·27 대책 이후 신혼 가구의 버팀목 대출 한도가 수도권 기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신생아 가구의 버팀목 대출 한도도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버팀목 대출은 전세 수요자를 위한 정책금융 상품이다. 수도권 기준 임차보증금이 3억원 이하(신혼과 다자녀 가구는 4억원 이하)인 주택(전용면적 85㎡ 이하)이 대상이다.
보증금 액수 조건이 있다 보니 고가 아파트 전세 수요자가 이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신 서민과 청년층 등 빌라 수요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상품이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 회장은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면 빌라 등 비아파트로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며 “버팀목 대출 한도 축소는 이런 정책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억원(1주택자 기준)으로 묶이게 된 점도 부담이다.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달 말부터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가입하는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90%에서 80%로 강화된다. 빌라 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에 집주인이 오히려 ‘역전세’에 처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업계는 전세금반환보증 주택가격 산정 기준 현실화(공시가 대신 실거래가 적용), 비아파트 임대인 대상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 ‘1+1 분양’은 이주비 대출 불가
6·27 대책으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본 이주비 대출이 최대 6억원(다주택자는 0원)까지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1 분양을 선택한 조합원은 기존 주택이 없는데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이주비 대출이 가로막혔다. 1+1 분양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이 기존 주택 대신 새 아파트 2가구를 받는 제도다. 기존에 대형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이 정비사업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걸 막고, 주택 공급도 늘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번 규제가 적용되는 서울 정비사업지는 52곳, 4만8000여 가구에 달한다.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지난 5월 진행한 조합원 분양에서 527명이 1+1 분양을 신청했다. 전체 조합원 961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주비를 받지 못할 상황에 놓이면서 조합은 대책을 준비 중이다.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도 1+1 분양 조합원의 문의가 계속되자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용산구 한남2구역은 다주택자의 이주비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 이주비’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추가 이주비 대출은 금융기관 대신 시공사를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이번 대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사업비로 분류돼 조합에 부담이 되는 데다 금리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건축 후 추가로 받는 1주택 처리 방안을 두고도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된다. 1+1 분양은 한 주택에 집주인이 살더라도 남은 한 주택을 처리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담금 논란으로 1+1 분양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 규제까지 적용돼 신청 취소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인혁/유오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