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력 대출규제(6·2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줄어든 데 이어 경매 시장의 열기도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 전에 비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소폭 하락하고, 응찰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강남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인기 단지는 수요자가 여전히 많은 데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 우회 대출이 늘어 인기 단지의 과열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0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8일까지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4.9%로 나타났다. 지난달(98.5%)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지난 2월(91.8%)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물건별 응찰자 수도 평균 7.3명으로 지난달(9.2명)보다 줄었다. 올해 1월(7.0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경매 낙찰가율이 소폭이나마 하락한 것은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경락잔금대출을 받으면 경매 낙찰자도 예외 없이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이후 일반 매매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었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무리한 입찰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7일에 입찰한 광진구 구의동 구의현진에어빌 전용 85㎡는 감정가 10억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돼 다음달 2회차 경매에 들어간다. 시세가 12억∼13억원으로 감정가가 2억원 이상 낮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이주현 선임연구위원은 "경매 응찰자가 주담대 이용 때 전입 의무가 있다 보니 입주가 불가능한 투자 수요는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일반 매매 시장의 가격 상승이 주춤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지난달보다 응찰자 수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는 아직 대출 규제에 크게 영향받은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 후에도 강남 3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인기 단지나 재건축 추진 단지는 여전히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강남권 아파트값이 버티고 있고,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물건도 많기 때문이다. 경매로 낙찰받은 주택은 토허제 구역 내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없어 낙찰 주택을 담보로 경락잔금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전입 의무 없이 갭투자가 가능하다. 일부 낙찰자는 6억원 한도와 전입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경락잔금대출 대신 매매사업자 대출 등 사업자 대출로 전환하면서 대출 규제의 영향이 반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1금융권은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경락잔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2금융권의 사업자 대출을 통한 편법 우회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하지 않는 한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