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센터장] “가산금리를 인하하면서 대출 총량을 어떻게 관리합니까. 금리는 낮추고, 대출은 조이라는 건 상충되는 얘기죠.”
대출과 관련해 새 정부의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가산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값 급등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으니 관리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다른 나라보다 벌어져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발언하면서 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운을 띄웠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이나 영국,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대통령이 단순히 궁금해서, 혹은 몰라서 던진 질문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아는 시장은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민주당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대출금리에 반영하는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을 제외토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가산금리에서 법적 비용을 빼면 최종 금리가 0.2%포인트 가량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출받는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는 게 반갑겠지만, 문제는 대출 증가 속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폭등을 경험했던 이들은 정권이 바뀌자 마자 앞다퉈 영끌로 내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세에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부행장을 불러모아 여신관리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
대출이 과도하게 늘고 있다며 총량을 관리하라고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은행의 대출금리가 너무 높으니 가산금리를 규제하겠다니 은행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들 혼란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은행별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조건을 강화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는 곳이 있는 반면 대출 최장 만기와 한도를 늘리고 금리우대를 통해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대출 문턱을 낮추는 은행도 있다. 다음달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집값 급등에 따른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가능성까지 감안해 은행들의 대출 조건은 수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서 실수요자들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으려면 발품 손품 팔아 대출 조건을 꼼꼼하게 비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을 문의하는 시점과 실행하는 시점 차이로 조건과 한도가 바뀔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다. 돈 빌리려는 수요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금리도 올라가고, 그만큼 이자부담이 높아지니 수요 조절이 될 것이고 유동성 공급 속도가 진정되는 효과로 이어진다.
금리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려면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정책 금융상품을 통해 보완하거나 취약층을 타깃해 지원하면 된다. 시장에 맡기되 필요한 곳에 섬세하게 개입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지금 필요한 건 엇박자가 아니라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