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 갚으려… 청소년들 불법도박-사기-절도 악순환 늪

9 hours ago 4

[도박중독, 예방이 해답]
청소년 사이버도박 경험 실태
10명 중 6명이 친구 권유로 빠져
12.7%는 빚 갚으려 사채까지 써

강원랜드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청소년 도박 근절 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 강원랜드 제공

강원랜드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청소년 도박 근절 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 강원랜드 제공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이용하는 등 중독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청소년의 사이버도박 경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 13∼19세 청소년 가운데 사이버도박을 직접 해 본 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7%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인터넷 불법 대출을 받거나 친구에게 고리 사채를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불법도박(57.7%), 사기(36.2%), 절도(22.2%), 개인정보 판매(14.3%), 폭력 또는 협박(13.7%) 등 각종 불법 행위를 경험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소수지만 성 착취 및 성매매(5.7%), 유해업소 아르바이트(5.3%), 마약 배달(4.2%), 보이스피싱(2.8%)에까지 연루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통계는 도박 빚으로 고통받는 초기 단계에서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청소년들이 혼자 문제를 감당하다 노숙이나 도망, 협박 및 폭력, 범죄 가담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 임 연구위원은 “청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도박 빚으로 추가 범죄에 가담하지 않도록 ‘청소년 도박 채무 해결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사이버도박에 처음 접촉한 경로로는 ‘주변 친구’가 62.2%로 가장 많았고, 불법 배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광고 문자 등 디지털 환경이 37.6%를 차지했다. 도박에 처음 노출된 시기는 중학생이 56.4%, 고등학생이 39.6%였으며 초등학생도 4%에 달했다.

도박 유형별로는 사설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44.9%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41.2%), 온라인 복권(34.5%), 온라인 돈내기 게임(30.8%)이 뒤를 이었다. 도박을 중단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사이트 접근이 쉬워서(53.7%)가 가장 많았으며 ‘돈을 땄던 쾌감’(44.4%), ‘빨리 돈을 벌 수 있어서’(38%), ‘친구들이 도박을 해서’(38%) 순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위원은 “유해 환경 모니터링과 신고 체계를 강화하고, 불법 도박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이 도박의 위험성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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