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재성]유럽은 더 이상 한국 외교의 주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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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군사협력에 유럽과 韓 안보 직결돼 안보-경제위기 겪는 유럽, 우리엔 새 기회 단 ‘美 없는 플랜B’ 짜는 유럽과 상황 달라 동맹 틀 내 방산-기술 등 활용 대전략 필요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과 유럽의 관계는 훨씬 직접적인 안보 문제가 됐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은 유럽의 전쟁을 한반도 군사균형과 연결시켰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관계, 유럽의 대북정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 방위산업의 유럽 진출도 무기 판매를 넘어 공동생산과 공급망, 훈련과 정비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유럽은 더 이상 한국 외교의 주변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 현재 유럽에서는 안보, 경제, 기술을 지탱해 온 여러 전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러시아산 에너지 거래와 대러 제재를 유럽과 충분히 조율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초 유럽 군사태세의 재조정 방안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어느 정도의 병력과 정보·정찰·우주능력을 제공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러시아가 전쟁 이후 어떠한 국가로 남을지 알 수 없으며, 중국과의 산업경쟁은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다는 불안도 크다.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우익과 포퓰리즘 세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와 유럽연합(EU) 통합, 대러 정책을 둘러싼 기존 합의가 유지될지도 불확실하다. 유럽에 대해 조금 더 나쁜 미래를 상정할 수도 있다. 미국이 거리를 두고, 주요 유럽 국가에서 우익 세력이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며, 전쟁 피로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AI와 첨단산업의 경쟁력도 회복하지 못한다면 유럽은 군사적으로 약하고 정치적으로 분열되며 규칙 기반 질서를 유지하기 힘든 대륙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의 절박함은 한국에 새로운 전략적 공간을 제공한다. 한국은 상당한 재래식 군사력과 방위산업을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 배터리, 조선, 원전, AI에서도 유럽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과 문화적 영향력도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유럽이 필요로 하는 여러 능력을 한국이 보유하게 되면서, 한국은 유럽과 어떤 국제질서를 함께 만들 것인가를 논의할 조건을 갖추기 시작했다. 다만 유럽과 한국이 말하는 ‘전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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