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옥주택조합' 오명 벗나…45년 만에 '대수술'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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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북 고령군에서 대구에서 온 시민들의 지역주택조합 관련 하소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북 고령군에서 대구에서 온 시민들의 지역주택조합 관련 하소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옥주택조합'이란 별명을 안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10곳 중 1~2곳만 성공한다는 극악의 성공률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시장에선 "원수가 있다면 '지주택'을 꼭 추천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지역주택조합의 현황 및 이슈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과 주택공급 촉진을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사업예정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을 만들어 토지를 함께 사들이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짓는 방식입니다.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청약통장 없이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일반 분양보다 분양가가 낮고 조합원이 먼저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조합이 시행 주체이기 때문에 직접 주택건설에 참여가 가능한 만큼 입지나 설계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택법'상 자격 요건(무주택 세대주, 지역 거주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해서 가입자격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공사비가 오르면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고, 조합원 간 분쟁, 갈등 등으로 조합 운영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업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시장에선 대체로 부각되는 단점이 더 큽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618개 지역주택조합 가운데 187개 조합(30.2%)에서 293건의 민원 등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분쟁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 초기 단계인 조합원 모집 및 설립인가 단계에서 '부실한 조합 운영'이 5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탈퇴·환불 지연'(50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업계획 승인 이후에는 '탈퇴·환불 지연'(13건), '공사비 분쟁'(11건)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례로 살펴보면 공사비 관련 이슈가 가장 컸습니다. 조합원이 주체가 돼 추진하는 사업방식이라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주택을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단 설명입니다.

예컨대 대구에 있는 1000가구 규모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준공 4개월 전 건설사에서 674억원의 공사비를 청구했습니다. 기존보다 30% 올린 금액입니다. 조합 1인당 1억8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인데, 조합 측은 계약에 명시된 금액 외 인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고, 일부 조합원은 입주 거부 의사까지 나타내면서 소송도 검토했습니다.

'원수에게 권하라' 오명 지주택…45년 만에 '대수술' [돈앤톡]

이 밖에도 일부 지주택 사업장에선 초기부터 준공까지 정보 고개 미흡, 운영 불투명, 조합원 대상 설명 부족 등 관리 이슈와 토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 또는 중단되는 사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많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지역주택조합사업에서는 대부분 예정 공사비 계약 후 '협의'를 통한 사후 확정 구조라 입주 직전 시공사가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갈등 심화 등 사회문제로 나타난다"며 "합리적인 공사비 산정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보다 직접적으로는 공사비 갈등을 중재할 기구를 만들고 과도한 공사비를 청구한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해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도 지주택에 대한 문제를 두 차례나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열린 취임 직후 첫 국무회의에서 "지주택 사고가 대형으로 발생했는데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며 "주택 조합원 모집할 때 조건을 어긴다거나 조합원들에 대해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실태조사를 조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같은 달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도 이 대통령은 지주택 관련 민원인의 질문을 받은 뒤 "이미 실태 조사와 가능한 대책 마련을 지시해 검토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8월 말까지 지주택 전체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일 예정입니다. 분쟁 사업장에 대해선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을 벌여 구체적인 분쟁 원인을 파악하고 중재·조정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제도 도입 45년 만에 손질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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