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서 봤는데?" 호텔·갤러리 같은 추모공간…가족나들이 장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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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스톤 전경. / 사진=용인공원그룹

아너스톤 전경. / 사진=용인공원그룹

‘가정의 달’인 지난달 경기 용인 소재 봉안당 ‘아너스톤’. 카네이션을 든 초등학생 손자와 할머니 뒤로 40대 부부가 따라 들어왔다. 이들 일가족은 제례를 마친 뒤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해 창밖 산등성이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기 수원에 사는 박모 군(13)은 이처럼 매년 어버이날을 앞두고 가족과 아너스톤을 찾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뵈러 어릴 때부터 이곳을 종종 찾았다는 박 군에게 이곳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납골당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가족 나들이 오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20년 7월 150만㎡ 규모 용인공원 부지 안에 들어선 실내 봉안당 아너스톤은 3층부터 순차 개관해 지난해 7월 1층까지 모든 층의 봉안 운영을 하고 있다. 개관 직후부터 업계에서 입소문이 났다. 기존에 떠올리던 봉안당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아름다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너스톤은 개관 이듬해인 2021년 국내 추모시설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아너스톤만의 공간 철학이 담긴 브랜드 아이덴티티(BI·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받았다. “단순한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공간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 즉 ‘건축의 언어’를 인정받은 결과였다”고 아너스톤 측은 설명했다.

이해랑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박사(소비자학)는 “오랫동안 봉안당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공간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는 공간’이었는데 아너스톤은 기존 통념을 바꾼 사례”라며 “세계적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서 봤는데?" 호텔·갤러리 같은 추모공간…가족나들이 장소 됐다

건물에 들어서면 4층 리셉션 전면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자연광이 방문객을 맞는다. 통창을 통해 주변의 그림 같은 산등성이가 펼쳐져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확보했다. 자연이 드러나고 느껴지도록 한 게 아너스톤 설계의 핵심 철학. 천연 목재 열주(列柱)가 반복되며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천장의 천창(天窓)은 사시사철 하늘빛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중앙의 열린 중정 구조는 상하층을 잇는 시각적 개방감을 만들어낸다. 보통 봉안당 벽면이 안치단으로 빼곡히 채워지는 데 반해 아너스톤은 채광을 위해 창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을 택했다. 분양 효율보다 공간의 격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층마다 소재도 다르다. 1층은 전통 소재 한지를 활용한 조명 월(Lighting Wall)로 부드러운 빛의 확산을 연출한다. ‘시간과 기억의 축적’이란 디자인 콘셉트로 빛이 공간 전체를 감싸듯 설계됐다. 천연 목재가 주재료인 2층은 호텔 로비를 연상시킨다. 3층은 고급 대리석으로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 층이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표현해낸 것이다. 이 박사는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 공간의 소재와 빛은 감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지의 부드러운 확산광, 목재의 질감, 대리석의 정제감은 각각 다른 심리적 안정감을 유도한다”면서 “층마다 소재를 달리한 것은 방문객 각자의 애도 방식을 공간이 배려한 설계”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특징은 아너스톤을 찾는 이들의 패턴을 보면 뚜렷하게 확인된다. 기존 봉안당 방문은 명절이나 고인의 기일에 찾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아너스톤은 매년 5월 가정의 달에 방문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화목정원에서 바라본 아너스톤 전경. / 사진=용인공원그룹

화목정원에서 바라본 아너스톤 전경. / 사진=용인공원그룹

방문의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의무적 제례라기보다는 힐링에 가까운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여겨져서다. 아너스톤 방문객들은 고인을 참배한 뒤 플라워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진행 중인 전시를 둘러보거나 테라스로 나가 산책을 즐긴 후 돌아간다.

용인공원그룹에 따르면 명절이나 기일 외에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회원이 늘고 있다. 가족 단위 현장 상담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부모와 성인 자녀가 함께 방문해 장지를 미리 둘러보고 결정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빛이 들고, 카페가 있고, 예술 작품이 걸린 곳이 되자 3대가 함께 머무르는 공간이 됐다는 얘기다. 거기에는 건축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아너스톤은 개관 초기부터 내부에 갤러리 공간을 조성하고 야외 화목정원에는 공연 무대를 마련했다. 영국 비주얼 아티스트 라나베굼(Rana Begum)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 개념미술가 천경우 작가 개인전, 매년 열리는 클래식 음악회 ‘유어 콘서트’ 등이 그 결과물이다. 지난해에는 전통 도자 브랜드 광주요와 협업해 프리미엄 봉안함 ‘RYUN(련)’을 출시했고, 조각가 양순열 작가의 개인전 ‘오똑이:모성’이 잔디광장과 실내를 가득 채웠다.

JTBC ‘SKY캐슬’, tvN ‘엄마친구아들’, 넷플릭스 ‘퀸메이커’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을 배경으로 선택한 데도 이런 콘셉트가 깔려있다. 아름답고 격이 있으며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장소라는 제작진 니즈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가정의달에 3대가 함께 봉안당을 찾는 진풍경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용인공원그룹은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skyhigh10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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