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마겟돈’ 직면한 빅테크 “메모리發 쩐의 전쟁”… 삼전닉스엔 기회

3 hours ago 4

[K반도체 질주]
빅테크 4사, 올 1071조원 투자 전망… 반도체 값 급등에 지난해 2배 수준
팀 쿡 “다음 분기 메모리 값 더 뛸것”
PC용 범용 D램도 1년새 10배 상승… 스마트폰-TV-車업계는 고군분투

“다음 분기에는 메모리 비용이 크게 상승(significantly higher)할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원가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비축해 둔 덕에 1분기(1∼3월)에는 상승 여파가 적었지만, 2분기(4∼6월)부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이야기다. 쿡 CEO는 메모리 품귀가 아이폰이나 맥북에 미칠 영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공급난이 주요 빅테크들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화두에 올랐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메모리 가격이 올라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을 올렸다고 했다. 메모리 품귀 현상을 빗대 메모리를 뜻하는 램(RAM)과 아마겟돈(종말)의 합성어인 ‘램마겟돈(RAMmageddon)’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품귀 현상에 메모리 가격이 오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메타-MS “메모리 때문에 투자비 상승”

알파벳과 MS, 메타, 아마존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 이들 4사의 자본지출 전망치는 최대 7250억 달러(약 1071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자본지출 4100억 달러(약 606조 원)의 두 배에 가깝다. 빅테크들의 자본지출이 오르는 이유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인 메모리 등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부품 가격 상승, 그중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며 지출 전망치를 높인 배경을 설명했다. 메타는 기존 전망치인 1150억∼13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를 높여 1250억∼14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메타 내부 메모에 따르면 메타는 메모리 품귀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서버 사용 연한을 기존 6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 비용 절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올 초 제시한 1750억∼18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지출 전망에서 50억 달러를 상향 조정했다. MS 또한 50억 달러를 상향해 올해 1900억 달러를 투자할 전망이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총자본지출 1900억 달러에서 약 250억 달러는 부품(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가는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부담을 각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 평가에 따라 엇갈렸다. 실적 발표 후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서 메타 주가가 8.6% 급락한 것과 달리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의 호조로 ‘AI가 비용을 넘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증명해 10% 급등했다.

● ‘메모리 품귀’에 반도체 웃고, 스마트폰 울고

빅테크들에는 ‘램마겟돈’이지만 세계 1, 2위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전례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빅테크들이 프리미엄을 얹으면서까지 메모리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위주로 시작된 품귀 현상은 범용 D램 등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 제품(DDR4 8Gb 1GX8)의 월평균 가격은 최근 1년 동안 10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1.65달러 수준이었던 가격이 올해 4월 말에는 16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43∼48% 오르는 등 상승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합계 영업이익은 95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램마겟돈으로 스마트폰, 가전, TV, 자동차는 원가 상승에 고군분투 중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X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감소한 2조8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연초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데도 급격한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 탓이다. 이 같은 우려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제품에서 자동차까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의 호황은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만큼 리스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