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두 나라가 3년 만에 ‘직접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은 물론, 협상 대표단 간의 만남도 예고 없이 하루 연기되는 등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러시아 측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회담장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지만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5일(현지 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은 “16일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협상이 시작된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측 협상단 수석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은 15일 텔레그램을 통해 “내일(16일) 아침 정확히 오전 10시부터 우크라이나 측이 회담을 위해 도착하길 기다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대표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와 조건 없는 양자 회담을 하려고 이스탄불에 왔다”고 강조했다.
현지 시간 16일 오전 10시부터 회담을 시작한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해 정한 일정인지, 러시아 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대표단과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회동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번 협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 물꼬를 텄다. 여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더욱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14일 러시아 측에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협상단을 발표하며 푸틴 대통령의 불참을 공식화했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자신은 가지 않고 협상 대표단만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예정됐던 협상 날짜인 15일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양측의 기 싸움을 두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의 혼란스러운 외교는 종전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뚜렷한 견해차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협상 대표단의 임무가 휴전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미국이 제안한 30일 즉각 휴전부터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제조건 없는 즉각 휴전을 원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대화가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에 있으며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스탄불에서 협상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협상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 인정 등 사실상의 ‘항복’을 요구했다. 이에 주요 외신들은 협상 테이블이 열리더라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협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쟁 종식을 공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측을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오후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16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며 기대치는 낮다고 말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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