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인가 눈속임인가"…쏟아지는 '표지갈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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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인가 눈속임인가"…쏟아지는 '표지갈이' 책

“세상 모든 책이 이 시기를 위해 준비된 것만 같다.”

오는 18일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서점가에 신간이 쏟아지자 한 출판사 편집자는 이같이 말했다. 해마다 출판사들은 ‘출판계 최대 책 축제’라는 대목에 맞춰 신간 일정을 조정한다. 이맘때 ‘리커버(re-cover)’ 도서 역시 빠지지 않고 출간된다. 리커버 도서는 본문은 거의 손대지 않고 표지 디자인을 바꿔 출간한 책을 말한다.

1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들어 도서명 또는 부제에 ‘리커버’가 포함된 도서만 18종 출간됐다. 책 이름에 별도 표기를 하지 않은 리커버 도서가 적지 않은 걸 감안하면 실제 판매 중인 리커버 도서는 그 이상이다.

조만간 이 수치는 더 늘어난다. 문학동네시인선 200권째를 맞아 2023년 출간한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같은 해 펴낸 <최강록의 요리 노트> 등이 리커버로 나올 예정이다. 최초 출간 당시와 비교해 본문 내용은 그대로이고 표지 디자인만 다른 책들이다.

리커버 도서는 주로 ‘O만부 판매 돌파’ ‘작가 탄생 O주년’을 기념하거나 드라마화, 문학상 수상 등을 앞세워 나온다. 민음사는 이영도의 판타지 소설 <피를 마시는 새> 출간 20주년을 맞아 일러스트를 넣은 특별 한정판 리커버를 도서전에서 선보인다.

하지만 리커버 도서를 두고 표지 디자인만 갈아 끼우는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 나온 책이라도 표지가 새로우면 신간처럼 독자의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신작을 발굴하고 출간하는 것보다 적은 수고를 들여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책을 리커버로 내는 것은 일종의 팬서비스라는 반론도 있다. 민음사는 도서전을 맞이해 정대건의 장편소설 <급류> 표지를 이진주 작가의 그림으로 장식한 리커버 도서(사진)를 선보인다. SNS 입소문으로 출간 2년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해 20만 부가 팔려나간 걸 기념하는 특별판이다. <급류> 리커버를 담당한 박혜진 민음사 한국문학팀 부장은 “순수 독자의 입소문만으로 ‘구간’이 다시 사랑받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독자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리커버의 계기와 방향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느냐가 평가를 가른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리커버 도서를 새로 출간된 책처럼 보이게 의도한다면 그건 마케팅이기보단 일종의 독자 기만 행위”라며 “이 책을 ‘다시’ 혹은 ‘여전히’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왜 여전한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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