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최승희’ 석예빈, K-POP의 국기원을 세우다…이제는 ‘키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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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예빈 키돌 대표. 스타 한국 무용수 ‘리틀 최승희’는 이제 K-POP 댄스의 세계화와 표준화를 겨냥한 플랫폼 ‘키돌’의 창립자가 됐다. 사진제공 | 빅컬쳐엔터테인먼트

석예빈 키돌 대표. 스타 한국 무용수 ‘리틀 최승희’는 이제 K-POP 댄스의 세계화와 표준화를 겨냥한 플랫폼 ‘키돌’의 창립자가 됐다. 사진제공 | 빅컬쳐엔터테인먼트

‘리틀 최승희’에서 글로벌 플랫폼 창립자로
춤도 표준이 필요하다…K-POP의 국기원 ‘키돌’의 탄생
기초동작에서 글로벌 페스티벌까지, 키돌이 설계한 댄스 생태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 ‘보살춤’ 한 자락이 일곱살 어린 소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안겨줬다. 사람들은 소녀를 ‘리틀 최승희’라 불렀고, 소녀는 그 이름을 짊어지고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일곱 살 소녀는 훌쩍 자라 한류 문화의 복판에서 ‘춤의 국기원’을 설계하고 있다. 이름은 석예빈(28), 플랫폼은 키돌(KIDOL)이다.

● 춤의 국기원을 세우는 사람

“태권도에 국기원이 있다면, K-POP 댄스에는 키돌이 있죠.”
‘키돌(KIDOL)’이라는 이름을 단순히 ‘한국(KOREA) 아이돌(IDOL)’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K는 K-pop, I는 Inspire(영감), D는 Dream(꿈), O는 Opportunity(기회), L은 Life-path(삶의 길)이라는 각각의 의미가 모여 완성된 이름이다. ‘아이돌’이 되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춤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 이것이 키돌의 핵심이다.

키돌은 단순한 온라인 댄스 학원이 아니다. 이 플랫폼은 춤을 배우고, 실력을 인증받고,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설계해 수익화하며, 나아가 글로벌 아카데미 운영까지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춤 생태계’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교육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K-POP 댄스는 수많은 유튜브 영상과 경험 기반의 티칭으로 전파돼 왔다. 하지만 선생마다, 학원마다 가르치는 ‘기본기’가 제각각이었다.
석 대표는 여기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는 31개(발 스텝 25개를 포함하면 총 52개) K-POP 대표 동작을 정리해 키돌 1단계의 표준으로 삼았다. 태권도가 태극 1장부터 시작한다면, 키돌은 ‘슈팅스타’에서 이 31가지를 배우는 것이다.

키돌의 교육은 총 4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 ‘슈팅스타(Shooting Star)’는 31가지 기본기를 중심으로 안무의 토대를 익히는 단계다. 이 31개 안무 동작은 석예빈 대표가 직접 정리한 것으로, K-POP 안무의 대표 동작을 마치 요리 레시피처럼 분해해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표준화는 개성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기본기가 같기 때문에 이후 창작에서 더 큰 다양성과 개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키돌이 만든 ‘기초의 위엄’이다.

2단계 ‘댄싱스타(Dancing Star)’는 다양한 안무를 실전처럼 습득하는 단계다. 선호하는 강사의 커리큘럼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3단계 ‘슈퍼노바(Supernova)’는 본인의 커리큘럼을 제안하고 평가받는 과정이다. 이를 통과하면 ‘키돌 강사’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최종 4단계 ‘코스믹 레전드(Cosmic Legend)’는 키돌 브랜드를 정식 사용해 전 세계 각국에서 독립적인 교육 공간을 운영하는 단계다.
이처럼 키돌은 ‘춤을 배우는 사람’에서 ‘춤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길을 제시한다.

사진제공 | 빅컬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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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석예빈이어야 하는가

이 플랫폼이 ‘각별한’ 이유는 커리큘럼 때문만이 아니다. 키돌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본질이다.
석예빈 대표는 무용수이자 연구자다. 중앙대에서 무용과 연극을 동시에 전공했고, 석사과정에서는 ‘최승희 보살춤을 활용한 배우 움직임 훈련법’이라는 독창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한국무용과 연극 훈련을 잇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안무가로 세계 무대를 누비며, 동시에 ‘춤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 고민의 최종 산물이 키돌이다. 춤을 추는 수준을 넘어 ‘춤을 연구하고, 구조화하고,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만든 플랫폼. 그래서 키돌은 석예빈만큼 유일하다.

석 대표는 말한다. “K-POP도 결국 한국 문화에서 나왔잖아요. 그렇다면 그 정통성을 지닌 사람이 가르쳐야죠.” 정통성은 과거의 형식을 모방하는 데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춤에 관한 한 그것은 선(線), 호흡, 중심의 흐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춤 위에 한국적 감각을 덧입힐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인물이 석예빈 대표다.

사진제공 | 빅컬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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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은 언어다

키돌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플랫폼이 기존의 온라인 학습 콘텐츠 수준을 훌쩍 넘어서 있다는 데에 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영상은 춤 동작을 따라 하며 읽기 힘든 자막 대신 몸의 움직임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 곧 AI 음성 설명도 지원될 예정이다.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다양한 언어로 변환 가능한 시스템도 갖췄다. 반복 구간 학습 기능, 영상 제출 기반의 자격시험 등도 이 플랫폼만의 강점이다.

키돌의 콘텐츠는 이미 해외에서 통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수강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현지에서는 K-POP 댄스를 배울 기회가 부족한 데다, 높은 비용도 장벽이다. 반면 키돌은 영상 3시간 분량의 콘텐츠만으로도 열심히 연습하면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개인의 연습량에 따라 학습 속도는 달라지지만, 입문자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춤도 언어예요. 몸으로 말하고, 몸으로 공감하는 법을 배워야 하죠.”
키돌은 ‘몸으로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플랫폼이다. 키돌의 언어를 배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다시 그 언어를 전할 수 있게 된다. 이 플랫폼이 교육자 양성에 방점을 찍는 이유다.

사진제공 | 빅컬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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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최승희’에서 플랫폼 창립자로

석예빈 대표가 일반 대중의 눈에 각인된 무대는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공연 ‘봄이 온다’일 것이다. 이 역사적인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맡은 사람은 조용필도, 백지영도 아닌 20대 초반의 무용수 석예빈이었다.
이후 석 대표는 중앙대에서 무용과 연극을 전공하는 한편 우수 졸업해 또 한 번 화제의 인물이 됐다. 놀라운 점은, 일반적으로 8년 이상 걸리는 이중 전공을 그가 4년 반 만에 마쳤다는 사실이다. 그의 학문적 집념과 실무적 능력은 키돌의 커리큘럼 설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무용가로서,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석예빈의 뿌리는 명확하다. 그는 김미래 문화예술통합연구회 이사장의 딸이다. 김미래 이사장은 한국무용계의 명인이자 교육자로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인물이다. 딸은 그런 어머니의 예술적 DNA는 물론 철학과 방향까지 완벽하게 이어받았다. 예술은 유전이 아니라 정신의 전승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확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어머니가 ‘최승희 춤 한번 춰볼래?’라고 하신 게 시작이었어요.” 어머니의 제안이 ‘리틀 최승희’를 만들었고, 지금의 키돌을 가능케 했다는 것. 석 대표는 “키돌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은 아이디어까지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키돌은 학습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키돌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는 키돌 페스티벌이 있다. 전 세계 인증 수강생과 강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댄스 축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백, 수천의 키돌 피플들이 K-POP에 맞춰 일제히 1단계 31개 동작의 군무를 추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석 대표는 한국무용, 판소리, K-POP 댄스, 대중가요를 모두 아우르는 ‘K컬처 콘서트’도 기획 중이라고 했다. 전통과 현대, 교육과 예술, 무대와 플랫폼을 하나로 엮는 이 구상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으로 확장될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

전통과 현대, 교육과 예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는 경계에서 석예빈 대표는 춤이라는 언어로 하나의 세계를 짓고 있다. 그리고 키돌은 그 세계의 첫 문장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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