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이벤트로 오른 바이오株…"이제 실체가 옥석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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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세대 바이오 투자자 윤상우 아우름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기대감으로 오르던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본 구조적 한계 뚜렷
부동산으로 갈 자금 증시로 몰리면서 시장 급팽창했으나
바이오 검증 부재 및 IPO 편중 구조에 밸류에이션 왜곡 현상
"상장보다 상업화가 진짜 기준…실체 중심 투자로...

  • 등록 2026-04-21 오후 6:40:04

    수정 2026-04-21 오후 6:40:04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자본은 넘치는데 담을 종목이 없다."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최근 국내 자본시장, 특히 바이오 섹터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투자 대상과 검증 시스템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대감에 의해 밸류에이션이 형성된 뒤 급격한 조정이 나타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투자 기준 자체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서울 삼성동 아우름자산운용 사옥에서 국내 바이오 투자 1세대 심사역으로 활동해온 윤상우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금 시장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검증된 자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단순 이벤트나 기대감이 아니라 임상 단계와 상업화 가능성 등 실체를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1기 출신으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상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출발해 금융투자업계로 전향했다. 현대기술투자 투자팀장 시절 국내 최초 바이오 전용 펀드(현대바이오텍펀드 1·2호)를 결성해 45개 이상의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고 15개 이상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1세대 바이오 투자자로 자리 잡았다. 이후 한국기술투자(KTIC)에서 바이오 투자를 총괄하고 리딩투자증권에서 비상장주식 거래팀을 신설했으며, 지난 2015년에는 아우름자산운용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윤상우 아우름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바이오 투자의 문제점을 짚었다.

"검증 없는 밸류 상승…IPO 중심 구조가 왜곡 키워"

윤상우 대표는 최근 바이오주 변동성의 배경으로 자본시장 구조 변화를 짚었다. 그는 "부동산으로 향하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커졌지만, 막상 투자할 만한 대상과 검증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바이오 섹터는 대체 투자처 역할을 하며 자금이 집중됐고, 그 결과 밸류에이션 왜곡과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러한 흐름의 본질을 '검증 부재'로 규정했다. 그는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조차 객관적인 밸류 검증 없이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는 주요 바이오 기업에 대해 증권사와 기관 투자자들이 분기 단위로 임상 진행 상황과 밸류에이션을 점검하는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자금 유입 속도에 비해 이러한 검증 시스템이 미흡해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는 구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감만으로 매수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윤 대표는 "미국은 분기 단위 검증과 분석이 이뤄지지만 국내는 자금 규모에 비해 체계가 약하다"며 "결국 손실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ETF와 기관 자금이 제한된 종목에 비중대로 유입되면서 중간 점검 없이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도 짚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IPO 중심의 회수 구조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윤 대표는 "미국은 바이오 인수합병(M&A)이 주요 회수 창구로 통하지만 한국은 사실상 상장이 유일하다"며 "이로 인해 상장을 목표로 한 기업이 늘고, 밸류 왜곡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설립 단계부터 상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며 "밸류를 끌어올려 상장한 뒤 시간이 지나면 실체가 드러나 주가가 조정되는 패턴이 반복돼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선싱은 시작일 뿐…이제 '진짜'가 나올 때

윤 대표는 기술이전(라이선싱 아웃)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라이선싱은 출발점일 뿐 결과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빅파마는 다양한 전략적 목적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성공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여부보다 이후 임상 진행과 상업화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빅파마는 자금·인력·정보 측면에서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라이선싱 역시 수많은 옵션 중 하나일 뿐, 투자 관점에서는 그 이후 단계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준은 아우름자산운용의 바이오 투자 전략에도 반영돼 있다. 윤 대표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나 이벤트보다 임상 단계, 기술 지속성, 글로벌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며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금이 많다고 해서 단순히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딜을 찾기보다 걸러내는 역량이 중요해진 셈으로, 상장 여부가 아니라 상장 이후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국내 바이오 투자 1세대인 윤 대표는 "그동안은 유동성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간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실체가 검증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는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과 검증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며 "단기 이벤트보다 임상 진척도와 파이프라인 경쟁력, 수익화 가능성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애널리스트와 운용사의 역할과 책임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표에게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자본시장은 시간이 지나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마련"이라며 "글로벌 상업화 사례가 쌓이면 시장 신뢰도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그 전까지는 변동성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거치며 시장도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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