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4억달러→2025년 70억달러. 지난 6년간 한국 화장품 수출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세계적인 K뷰티 신드롬을 타고 올해 수출 신기록을 쓸 가능성이 크다.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에서 K뷰티 섹션이 주목받은 이유다. 이 자리에는 코스맥스, 에이피알 등 K뷰티 성공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K뷰티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해 ‘2차 K뷰티 스케일업’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 “제조 단계에 AI 접목…생산 효율 확대”
K뷰티 섹션의 첫 타자는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가 맡았다. 매년 8000개가 넘는 신제품을 내놓는 코스맥스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국내 인디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최경 코스맥스 부회장은 “글로벌 ODM업계를 넘어 브랜드사를 포함해 전체 화장품 시장의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앞으로 뷰티 시장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누가, 가장 빨리, 좋은 가격에 공급하느냐’”라며 “독보적인 원료와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에 제품·브랜드 컨설팅까지 해주는 자체브랜드제조(OBM)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코스맥스는 맞춤형 생산과 AI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최 부회장은 “코스맥스는 온라인 설문을 바탕으로 소비자 단 한 명을 위한 샴푸와 에센스를 만드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품목을 확장하고, 제조 단계에 AI를 접목해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 짓고 있는 신사옥도 순항 중이다. 최 부회장은 “연구, 생산, 마케팅을 한데 모은 중국 거점으로, 내년 하반기에 본격 입주할 것”이라고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AI를 미래 성장축으로 삼았다. 김영호 아모레퍼시픽 경영전략 디비전 상무는 “마케팅부터 연구개발(R&D), 생산, 영업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며 “디지털 트윈과 로봇 기술로 생산 자동화율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K헤어케어 등 신시장을 선점하고 프리미엄에서 중저가까지 가격대를 넓히겠다”고 했다.
◇ 에이피알 “미국·유럽서 주류 되겠다”
국내 뷰티업계 시가총액 1위로 거듭난 에이피알도 이날 ‘글로벌 1위 안티에이징 기업’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홈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 간 시너지를 통해 일반 화장품 기업과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내년부터 병원용 의료기기인 ‘에너지베이스 디바이스’와 ‘스킨부스터 디바이스’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매출에 대해선 “연초 목표였던 1조원을 넘어 1조300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고 했다.
해외에서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통망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1위 화장품 유통사 실리콘투는 K뷰티 전용 편집숍 ‘모이다 파리’의 확장 전략을 공개했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현지 유통사의 매대로는 K뷰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현재 6개인 해외 K뷰티 전용 매장 ‘모이다’를 내년까지 50개, 2027년까지 2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아/고윤상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