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에 가구 소비지출이 4년 반 만에 최대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분기 연속 감소세다. 사회·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자동차나 가전기기 같은 고가의 내구재 소비가 줄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0.8% 늘었다. 기타상품·서비스(13.0%), 음식·숙박(3.3%), 보건(4.3%) 등에서 증가했지만, 교통·운송(-5.7%), 가정용품·가사서비스(-9.9%), 의류·신발(-4.0%) 등에서는 소비가 줄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1.2% 감소했다. 물가 상승으로 늘어난 소비분을 빼면 실질적으로는 소비가 뒷걸음질 쳤다는 의미다. 감소 폭은 팬데믹 당시인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크다. 아울러 지난 1분기(-0.5%)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고, 감소 폭도 확대됐다. 실질소비지출 중 교육은 학원·보습 교육 지출이 줄면서 3.2% 감소했다. 2020년 4분기(-15.8%)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실질소비지출 감소는 소비심리 지표와는 엇갈린 흐름이다. 한국은행의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12.5p 급락했지만, 4월(93.8)·5월(101.8)·6월(108.7) 모두 전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6월은 2021년 6월(111.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갑을 열려는 마음은 커졌지만, 실제 큰 지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4만원으로 4.3% 늘었다. 경상조세(6.9%), 가구간이전지출(4.1%) 등에서 늘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506만5000원)은 1년 전보다 2.1% 늘었다.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년 전과 같았다.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0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는 1.5% 증가했다.
소득 증가가 제한적인 가운데 소비가 줄면서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p) 하락한 70.5%를 나타냈다.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3.3% 증가한 118만8000원을 나타냈다. 흑자율은 29.5%로 0.5%p 상승했다.
가구 소비지출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에서는 증가 폭이 큰 반면 중산층에서는 줄었다.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13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교육(50.7%), 오락·문화(20.8%) 등에서 증가 폭이 컸다. 이들의 처분가능소득은 101만8000원으로 2.9% 늘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 이상인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494만3000원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건(11.4%) 분야에는 돈을 더 썼지만, 의류·신발(-7.2%)이나 주거·수도·광열(-6.1%) 등에서는 덜 썼다.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과 같은 826만1000원이었다. 1분위에서는 평균소비성향이 1.5%p 늘어난 128.1%를, 5분위에서는 0.8%p 늘어난 59.8%를 나타내 대조를 이뤘다.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는 3분위는 가정용품·가사서비스(-28.8%), 교통·운송(-18.6%), 오락·문화(-13.2%) 등에서 지출을 줄여 전체 소비지출이 3.8% 줄었다. 평균소비성향도 4.1%p 줄어든 71.3%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관해 "경기 진작과 민생안정을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등 2차 추가경정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