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대규모 사기 콜센터에서 활동하며 84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가로챈 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유명 자산운용사를 사칭하며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모집책 김모씨(30) 등 캄보디아 거점 투자리딩방 일당 20명을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7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망고단지'라 불리는 캄보디아의 대규모 사기 콜센터에서 활동하며 국내 투자자 62명으로부터 투자금 8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마약 투약 혐의 함께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가짜 주식 거래 프로그램(HTS)을 만들어 실제 주가 지표와 연동되는 것처럼 속였다. 이후 소셜미디어(SNS)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들에게는 "운용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매일 5~2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돈을 받아냈다.
피해자 한 명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4억 원을 뜯긴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투자 경험이 적은 50~60대였다.
이들은 총책, 팀장, 모집책, 자금 세탁책 등으로 역할을 철저히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의 계좌와 계정을 사용했다.
일당 대부분은 학교 동창이나 고향 친구 등 지인으로 구성됐으며,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관리책인 중국 국적의 최모씨(40) 등 해외 체류중인 피의자 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는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출처를 알 수 없는 투자 유도 문자나 메시지는 즉시 삭제하고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