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장 부고 문자 사건’ 과태료 처분하며
주민번호·집주소 그대로 노출한 결정문 송부
인권위 “심각한 사생활 침해 위험 우려”
법원 결정문에 주민등록번호와 상세 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헌법상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7월 29일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 개인정보 관련 예규 개정을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영월지원은 지난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에게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내렸다. 이 시장에게 청탁금지법 상한액인 5만원을 초과해 송금한 17명에게는 과태료 20~50만원이 부과됐다. 이 시장은 지난 2022년 자신의 계좌번호를 기재한 모친상 부고 문자를 다수 시민에게 발송해 청탁금지법 상한액을 넘어선 조의금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영월지원은 진정인의 주민등록번호 전부와 상세 주소가 그대로 노출된 과태료 결정문을 사건 관계자 62명에게 송부했다. 이에 진정인은 법원이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영월지원은 해당 결정문이 재판서 작성에 관한 예규를 따른 것이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월지원 측은 “‘재판서 양식에 관한 예규’와 ‘재판서 정본 등의 작성에 관한 예규’에 따라 적법하게 기재했다”며 “다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에 공감해 관련 예규 개정을 이미 요청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영월지원이 진정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사전에 충분히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었다”며 “이미 2010년에도 법원 결정문에서 주민번호가 그대로 기재되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후 법원이 익명 처리를 위한 전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듯이 동일한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법원행정처장에게 개인정보 관련 예규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다수에게 송부되는 법원 문서에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정보가 그대로 기재되는 것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 위험을 초래한다”며 “재판서 예규를 개정해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비식별 처리하도록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