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 무대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유해란이 정상에 오르고 윤이나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베테랑’ 김아림, 김세영도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이 여자골프 강국으로 복귀했음을 알렸다.
유해란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하며 단독 2위 윤이나(11언더파 277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이후 1년1개월 만에 거둔 투어 통산 4승이자 자신의 첫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그는 “앞으로 제가 ‘메이저 챔피언 유해란’이라고 불릴 것이란 사실이 정말 놀랍고 행복하다”고 감격했다.
이번 대회는 여자골프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상금 1300만달러로 열렸다. 유해란이 챙긴 우승 상금만 195만달러(약 30억원), 준우승자 윤이나 역시 일반 대회 우승 상금을 훌쩍 뛰어넘는 116만9108달러(약 18억원)를 벌었다.
◇ ‘2년 갈증‘ 씻은 태극낭자
2022년 이후 한국 여자골프는 ‘전성기가 지났다’라는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LPGA투어 신인왕과 상금왕을 한국 선수가 휩쓸던 시대가 저물고, 우승마저 크게 줄어들면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선수들의 미국 진출 열기가 꺾이면서 세대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유해란의 우승은 한국 여자골프의 오랜 숙제였던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 시즌 한국은 LPGA투어의 강국으로 확고하게 복귀했다. 2월 이미향의 우승을 시작으로 3월 김효주의 2승, 여기에 유해란의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우승까지 더해지면서 총 4승을 합작했다. 태국(2승)과 일본(1승)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넬리 코다를 앞세운 미국(6승)과 함께 양강구도를 구축한 모양새다.
시즌 전체 판도를 읽는 핵심 지표인 ‘CME 글로브 랭킹’에서도 한국의 기세는 매섭다. 코다가 1위(3412점)로 질주하는 가운데 김효주(2위·1701점), 유해란(3위·1602점)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9위 윤이나, 10위 김세영까지 톱10에만 4명이 이름을 올리며 막강한 투어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 ‘베테랑’ 끌고 ‘젊은 피’ 밀고
이 같은 재도약의 중심에는 ‘포스트 코로나’ 세대가 있다. 이날 우승한 유해란은 2023년 LPGA투어에 데뷔했다. 거의 3년만에 미국에 진출해 신인왕까지 차지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계보를 이을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준우승자인 윤이나(2025년), 지난해 첫 승을 합작한 임진희와 이소미(모두 2024년) 등이 대표적인 포스트 코로나 세대다. 특유의 뚝심으로 무장한 이들의 도약으로 한국 골프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세대교체’라는 과제도 한층 숨통이 트이게 됐다.
젊은 피의 약진과 함께 기존 베테랑들도 한국 여자골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김효주, 김세영, 이미향 등 기존 간판스타는 체력 훈련을 통해 비거리를 늘리고 경기 운영 능력을 끌어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선후배가 엮어내는 ‘선순환 시너지’는 투어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이미향은 “지난해 김세영 언니의 우승이 자극제가 됐고, 서로가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루키 이동은 역시 “선배들의 활약과 조언이 무대 적응에 큰 나침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원/조수영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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