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 책 추천편지 37통… 공통점은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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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인생책’ 구독서비스 책발전소
추천글 모아 ‘같이 읽자는 고백’ 발간

“이 편지에서만큼은 ‘비평가처럼’ 말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말해도 될지요?”

신형철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독립서점 ‘책발전소’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민음사)을 추천하면서, 늦깎이 아빠가 된 뒤 “어떤 작품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됐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몇 페이지에선 결국 울고 만다”는 대목을 읽을 때면 마치 신 평론가와 사석에서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

17일 발간된 신간 ‘같이 읽자는 고백’(이야기장수)은 소설가 김연수 정세랑 김초엽과 가수 장기하 등 명사들이 독자에게 보낸 책 추천 편지 37통을 모았다. 책발전소는 매달 명사 한 명이 꼽은 ‘인생 책’에 추천 편지를 동봉해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2020년부터 운영해 왔다. 명사 추천과 서점 추천을 포함해 5년간 배송한 책만 도합 10만 권. 책발전소 구독자만으로도 적지 않은 판매량이 되다 보니 ‘책발전소 한정판’ 표지를 만드는 출판사가 생길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이번 신간은 그간 구독자에게만 공개했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

박상영
소설가 박상영은 2022년 11월 5쪽짜리 편지에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내 삶의 각도를 바꾼” 책으로 꼽았다. 2009년 대학생 신분으로 어느 문학상에 투고할 당시, 심사위원이던 박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눈 일화도 털어 놓았다. “제 작품에 ‘첫 응답’을 해준 사람이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처럼 ‘같이 읽자는 고백’엔 그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대목에서 울고 웃었는지가 담겨 있다.

김소영
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전 아나운서)는 22일 통화에서 “원고들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다정하다’는 것”이라며 “정말 사적인 이야기를 써 주신 분도 있고, 책 설명 대신 왜 이 책을 사랑하는지를 얘기한 분도 많다. 구독자들과 많은 책을 같이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필진은 신간의 인세를 가출 청소년 쉼터 등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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