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값 폭등에 "비싸서 못 산다"더니…뜻밖에 매출 폭발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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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고 명품 시장 350억~400억달러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 전망
더리얼리얼·이베이 등서 두 자릿수 증가세
“중고 시장, 명품 소비의 핵심 축으로 재편”

코치는 리스트 인덱스 인기 브랜드 4위 차지했다.

코치는 리스트 인덱스 인기 브랜드 4위 차지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에 대한 중고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 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에 더해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탓에 명품 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 패션 전문 매체 WWD는 15일(현지시간) “샤넬, 루이비통 등 유럽의 주요 럭셔리 브랜드가 원재료, 물류비 상승과 미국 정부의 관세 강화에 대응해 가격을 일 년에도 수 차례 인상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을 찾아 중고(리세일)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이 올해 3600억유로(약 58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중고 명품 시장은 350억~400억달(48조~55조원)러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공항점 제2여객터미널 ‘샤넬 듀플렉스 부티크’

인천공항점 제2여객터미널 ‘샤넬 듀플렉스 부티크’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의 성장 속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최대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의 작년 총 상품 거래액(GMV)은 약 19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전년보다 18% 늘었고, 2025회계연도 1분기에도 19% 추가 성장했다. 이베이 역시 인증 명품 핸드백 부문 연간 거래액이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넘어서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고, 2000달러(276만원) 이상 고가 제품군은 약 30% 증가했다. 유럽 최대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역시 작년 거래액이 25억달러(3조4600억원)로 추산돼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가격 인상은 이미 체감할 수준이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 등 인기 모델의 미국 판매가는 최근 몇 년 사이 3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유럽연합(EU), 중국 등에 대한 수입품 관세 강화가 수입 비용을 높여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고야드 팝업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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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본다. IMARC그룹은 “중고, 리세일 시장은 향후 매년 8~10% 성장해 2029년에는 6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WWD는 “관세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명품 소비의 한 축이 중고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품업계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공식 인증 중고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리세일 전문 플랫폼과 제휴를 확대하며 소비자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을 모색 중이다. 가격 인상 일변도 전략이 오히려 수요를 밀어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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