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6월, 성인 화보 플랫폼 '아트그라비아'의 전 대표 A씨가 성범죄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소속 모델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이용해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이 사건을 세상 밖으로 꺼낸 인물이 피해자가 아닌 동료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모델 강인경(사진) 씨다. 그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비를 들여 법적 절차에 나섰다. 민사 및 형사 고소 준비부터 증거 정리, 자료 수집, 변호인 선임까지 모든 과정을 조용히 그리고 단단히 이끌어왔다.
강 씨는 최근 자신의 SNS에 장문의 심경을 올리며, 이번 사건을 대면하면서 겪은 현실을 고백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피해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다시 한 번 깊이 느꼈습니다.”
“저 역시 가해자 측의 고소와 허위 제보, 협박과 스토킹, 살해 위협까지 감당해야 했습니다. 법이라는 외피를 쓴 사실이 아닌 말들이 저를 짓눌렀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수억 원대의 금전적 피해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피해가 아닌, 동료들의 고통을 목격한 뒤 행동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는 끝까지 싸워왔고, 지금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침묵하지 않을 때, 세상은 바뀔 수 있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구속이나 법적 처벌을 넘어, 콘텐츠 업계 내 권력 구조, 크리에이터 인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플랫폼 산업은 단순한 기술 기반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구성된 공간이다.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윤리 기준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