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역에서 20대 여성 A 씨가 물품 보관함에 인출 기능이 있는 은행 카드를 넣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 여성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수사기관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속아 은행 카드를 물품 보관함에 둔 것이다. 이 여성은 ‘안전 구역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유로 사흘간 모텔방에서 스스로 감금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이 물품 보관함에 둔 은행 카드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인 남성의 손에 들어갔다. 남성은 여성이 떠난 뒤 보관함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여성의 카드를 챙겨 근처 은행으로 향했다. 이어 현금 자동지급기 여러 대를 이용해 100만 원씩 총 600만 원을 인출했다.
남성은 수상함을 느낀 은행 직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김경환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경장은 채널A에 “마스크 쓴 사람이 불특정하게 계속 100만 원씩 계속 출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은행 직원 분이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카드를 두고 갔던 여성은 며칠 전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수사기관 사칭 전화를 받은 뒤 물품 보관함에 카드를 넣고 모텔에서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되지 않으려면 지정된 모텔로 몸을 피해야 한다’는 말에 속은 것이다. 최근 피싱 조직은 피해자가 도움 줄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셀프 감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경찰은 은행 문을 나서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붙잡아 범죄 수익 600만 원을 환수했다. 남성은 검거될 당시 범행을 부인하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은 검거 당시 피해자 9명의 명의로 된 인출 카드 10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는 수사를 위해 숙박업소 투숙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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