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김치 만들고 밥솥이 말하고…‘연극계 노벨상’ 받은 ‘K푸드 연극’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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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아시아계 최초 국제입센상 수상이주·정체성부터 외환위기까지…한국 사회 무대에‘하리보 김치’ 유럽 순회…K팝 소재 신작도 준비 등록 2026-09-28 오후 4:30:39 수정 2026-09-28 오후 4:30:39 가 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무대 한가운데 포장마차가 들어선다.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철판에 김치전을 부치자 극장 안으로 음식 냄새가 번진다. 미역국을 끓이고 소맥도 만든다. 객석에서 불려 나온 관객 두 명은 포장마차에 앉아 그가 내놓는 음식을 받아먹는다. 달팽이와 장어, 하리보 젤리는 노래까지 부른다. 연극 '하리보 김치'의 한 장면(사진=ⓒ구자하).지난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국제입센상을 받은 공연예술가 구자하의 대표작 ‘하리보 김치’의 풍경이다. 국제입센상은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연극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2년마다 연극에 새로운 예술적 차원을 더한 예술가나 단체를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인 구자하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계 최초 수상자다. ‘하리보 김치’는 제목부터 엉뚱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음식 김치와 독일 젤리 하리보를 한데 붙였다. 15년 넘게 유럽에서 살아온 구자하는 이 작품에서 음식을 고향과 타지를 잇는 매개로 삼는다. 낯선 곳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고 먹었던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이주와 정체성, 타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감각을 풀어낸다. 작품 속 음식에는 저마다 기억이 얹혀 있다. 유럽으로 떠날 때 김치 10㎏을 싸들고 갔던 일, 타지에서 겪은 차별과 외로움, 고향 음식을 해 먹으며 버텼던 시간이 이어진다. 노래하는 달팽이와 하리보 젤리, 무대를 돌아다니는 로봇 장어 같은 장치도 등장한다.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유머와 기묘한 상상력으로 비튼다. 연극 '쿠쿠'의 한 장면(사진=ⓒ구자하).밥솥이 배우가 되기도 한다. 2017년작 ‘쿠쿠’에서 구자하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은 한국 가정에서 흔히 보던 전기압력밥솥 세 대다. 그는 밥솥의 음성 기능을 해킹해 밥솥에게 ‘말’을 시켰다. 밥솥과 구자하가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취사가 완료됐습니다” 같은 안내 음성에 익숙한 한국 관객이라면 더 묘한 장면이다. 국제입센상 측은 이 작품을 “말 많은 밥솥들이 들려주는 한국의 지난 20년”이라고 소개했다. 귀여운 밥솥들의 수다는 곧 1997년 외환위기로 향한다. 압력밥솥의 ‘압력’은 당시 한국 사회를 짓누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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