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한동안 ‘과거의 여행지’로 인식됐던 중국이 다시 한국인의 해외여행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말부터 본격화된 중국행 수요는 단순한 회복이 아닌, 세대 변화와 정책 효과가 결합된 구조적 전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중 노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총 147만 1186명으로 전월 대비 8.9%,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뚜렷한 반등이며, 2019년 수준의 약 80%까지 회복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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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닷컴 중국 골프 여행 MOU 친선경기(사진=트립닷컴) |
‘무비자+엔저’ 효과…중국행 심리의 전환점
변화의 촉매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도입한 15일 단기 무비자 입국 조치다. 2023년 12월 시작된 이 제도는 초기 3개월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연장 시행되며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인의 중국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이 정책은 특히 상하이·칭다오·베이징 등 단거리 인기 도시의 수요를 견인했다. 글로벌 OTA ‘아고다’에 따르면 칭다오 검색량은 전년 대비 212%, 상하이는 207% 늘었고, 국내 주요 여행사 역시 “중국 노선 예약률이 70~8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환율 역시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흐름 속에서 중국은 동남아 대비 경쟁력 있는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반등의 핵심 축은 MZ세대다. 이들은 코로나 기간 중국을 경험하지 못한 첫 세대로, 기존의 ‘중국은 옛날 여행지’라는 인식이 없다. 오히려 미지의 공간으로서의 중국에 신선함을 느낀다.
인스타그램, 샤오홍슈 등 SNS 플랫폼에서는 ‘칭다오맥주거리’ ‘상하이카페투어’ 같은 해시태그가 확산되며, 여행 목적지 선택의 기준이 ‘누구나 가는 곳’에서 ‘남들이 안 가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기존 패키지 중심에서 벗어난 콘텐츠 기반 소비이며, 체험형·로컬 중심 여행 수요가 함께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은 미식, 유산지, 테마파크, 하이테크 도시 등 서사화 가능한 여행 소재가 풍부하다. 이는 고도화된 자유여행 콘텐츠를 원하는 세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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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
수요는 회복, 공급은 여전히 ‘절반 수준’
그러나 공급 측면의 회복은 더디다. 2025년 5월 기준 한중 항공 노선 운항편수는 코로나 이전의 55% 수준이다. 인천·김포 등 수도권 공항은 빠르게 회복 중이지만, 지방공항의 노선 복원은 지지부진하다.
항공사들은 노선 복원 결정에 있어 수익성, 슬롯, 정책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이후 항공 네트워크 재구축 과정에서 중국 지방노선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은 항공료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을 수 있다”며 “LCC를 중심으로 증편이 이어지면 2~3개월 내 추가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반등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콘텐츠와 경험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중국 여행 상품 다수는 10년 전 패키지와 유사한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기 도시 중심의 쇼핑+관광 일정 위주로, MG세대의 여행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중국 여행은 지금이 구조적 재편의 기회”라며 “SNS 연계 로컬 콘텐츠, 현지 문화 체험형 테마, 지역 특화 루트 개발 같은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여행객 수 증가를 놓고 일부에서는 관광수지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적 지표로만 판단하지 말고, 그동안 단절됐던 정서적 교류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의견도 있다.
심창섭 가천대 관광학과 교수는 “여행은 문화와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는 통로”라며 “중국에 대한 정서적 거리 해소는 직접 경험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