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문화예술세계총회 열려
93개국 전문가 400여명 참석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 기후위기, 공동체 해체…. 세계가 직면한 위기와 변화를 문화예술은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그리고 사회에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지난달 27∼30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제10차 문화예술세계총회에선 세계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및 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대하며 문화예술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며 “문화예술이 도구화돼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와 ‘국제 예술위원회 및 문화기관연합(IFACCA)’이 공동 주최한 이번 총회의 주제는 ‘문화예술의 미래 구상’. 62개국에서 온 연사 104명을 포함해 93개국 문화 전문가 400여 명이 모였다. 202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올해 서울 개최를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세계 문화계에서 가장 ‘힙한’ 한국이 문화예술의 미래를 논할 적합한 장소라는 이유였다.이에 예술위는 한국 공연예술의 태동지 가운데 하나인 대학로 일대를 총회 장소로 택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도 대학로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올해 총회의 핵심 화두는 AI였다. AI가 창작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AI는 문화 다양성과 지식 주권, 창작의 미래, 예술가의 주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AI 윤리학자 마이클 울프는 “문화는 반드시 그것을 소유하고 향유하는 인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며 “AI는 사용할수록 대가가 따르기 때문에 (규제할) 다양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AI와 가상현실(VR) 등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이는 김아영 미디어 아티스트는 “아직 AI 모델은 창의적 원동력이나 예술적 표현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서 “당분간은 예술의 가치를 만드는 역할까지 AI가 인간을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봤다. 예술위가 시행하고 있는 ‘한국형 예술 지원 시스템’에 대한 해외 참가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저소득층 문화 향유권을 지원하는 ‘문화누리카드’와 청년 대상 기초예술 접근권을 보장하는 ‘청년문화예술패스’, 39세 이하 융복합 협업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APE CAMP’ 등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여서 성과가 나온다는 평가다. 해외 예술가를 국내로 초청하는 레지던시 사업 ‘아르코 예술창작실’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문화 외교의 장이 된 이번 총회는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예술위의 최근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예술위는 최근 미국의 게티연구소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공동 연구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정병국 예술위원장은 총회에서 “문화예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가능케 하는 동력임을 확인했다”며 “질문을 넘어 실행과 국제적 협력,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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