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만 주면 끝일까? 자산승계의 마지막 단추 ‘임의후견’ [바른 상속·기업승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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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만 주면 끝일까? 자산승계의 마지막 단추 ‘임의후견’ [바른 상속·기업승계 리포트]

김현경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입력 : 2026.06.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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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변함에 따라 자산승계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로 관심사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철저한 승계 준비 과정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승계 이후의 ‘나’에 대한 고민은 소홀한 경우가 많다. 과연 잘 물려주기만 하면 끝일까? 자산승계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이제는 승계 이후의 여생을 어떻게 보낼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임의후견’은 자산승계 이후 여생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자산승계의 마지막 단추라 할 수 있다.

완벽했던 신탁의 배신, 치매가 가져온 대리권의 공백

많은 이들이 완벽한 자산 승계 계획을 세웠다고 자부하지만, 예상치 못한 현실의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 전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대신, 일부 자산을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선택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생전에는 자신이 수익자로서 신탁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아 생활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안심할 수 있지만, 치매라는 불청객은 이 설계마저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인지능력이 흐려진 틈을 타 생활비나 병원비 관리 등을 목적으로 자녀가 계좌에 접근하는 상황이 그렇다. 매달 들어오는 신탁 수익이 부모의 치료비나 생활비가 아닌 자녀 개인의 용도로 사용되더라도, 수탁자인 금융기관은 통장 밖으로 나간 돈의 실제 사용처까지 감독하기 어렵다. 계약조건이나 선관주의의무로 일부 견제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상적인 출금을 일일이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상황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증여나 신탁은 자산을 물려주기 위한 훌륭한 ‘이전’의 도구일 수는 있지만, 정작 재산이 넘어간 이후 ‘나를 보호하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산 승계 계획의 초점이 온통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정작 자신이 정신적 제약으로 스스로 돈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를 지켜줄 방패막이가 사라진 셈이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게다가 문제는 자녀들이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치매 등으로 정신능력을 상실하더라도 대리권이 소멸하지 않고 유지되는 ‘지속적 위임장(Durable Power of Attorney)’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어, 신뢰하는 대리인을 통해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보호받을 수 있다. 반면 우리 법제 아래서는 부모가 치매에 걸려 인지능력을 상실하는 순간, 기존의 일반적인 위임 관계는 사실상 효력을 잃는다.

적법한 대리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효심 깊은 자녀라 할지라도 부모의 치료비를 위해 부모의 계좌에서 거액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요양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모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일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결국 자녀들은 부모를 위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자산을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를 넘어, 대리권의 공백 속에서 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임의후견’이다.

인생 후반전의 주도권을 지키는 법 : 내 뜻대로 설계하는 ‘임의후견’

‘임의후견’이란 내가 아직 건강하고 판단력이 온전할 때, 미래의 인지능력 저하를 대비해 맺는 사전계약이다. “내가 만약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미리 지정한 이 사람(후견인)에게 내 자산 관리와 신상 보호에 관한 대리권을 주겠다”는 내용으로 신뢰하는 사람과 약속하고 공증을 받아두는 제도다.

‘법정후견’은 본인의 판단능력이 이미 상실된 후 법원이 개입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고, 절차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반면 ‘임의후견’은 내가 직접 후견인을 정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아직 건강하고 판단력이 온전할 때,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미리 콕 집어 후견인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내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써달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계약서에 직접 적어둘 수도 있다.

임의후견은 반드시 공정증서 방식으로 계약해야 하고, 실제로 후견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가정법원에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신청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절차가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후견의 범위와 조건을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려만 주면 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산을 아름답게 물려주는 것이 자산승계의 전반전이라면, 그 자산이 넘어간 이후에도 내 삶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은 인생 후반전의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인지능력이 흐려지는 순간에도 내 삶의 핸들을 타인에게 빼앗기지 않는 법, 그것이 바로 자산승계의 완성이자 마지막 단추인 ‘임의후견’이다. 비로소 이 단추를 단단히 채울 때, 우리가 평생을 일궈온 자산도, 그리고 우리의 남은 여생도 비로소 온전하게 완성될 수 있다.

[바른 상속·기업승계 리포트]에서는 개인자산의 상속∙증여, 기업승계 전 과정의 설계, 실행, 관련분쟁과 관련된 법률 이슈를 해설합니다. 김현경 변호사는 Estate Planning Center 일원으로 상속설계, 상속분쟁, 후견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변호사다. 전문가후견인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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