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직도 도장찍고 팩스쓴다?…요즘 한국이 더 꽉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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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은 아직도 도장찍고 팩스쓴다?…요즘 한국이 더 꽉 막혔습니다”

입력 : 2026.06.19 07:00

日서 4년간 벤처투자 이끈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

해외 창업가·자본 몰려와
日 스타트업 생태계 역동적
韓이 갈라파고스 같은 상황

제조 노하우 데이터로 전환
고령화·인구소멸 민첩 대응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아직도 도장을 쓰고 팩스를 보내는 나라’ 일본은 인공지능(AI)발 스타트업 열풍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한일 양국을 오가며 벤처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글로벌본부장(사진)은 “그렇게만 생각하면 큰코다친다”고 일갈한다.

그는 “요새 들어선 일본보다 한국이 더 갈라파고스 같다고 느낀다”면서 “글로벌 벤처캐피털(VC)과 해외 창업자들이 일본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파괴적인 혁신을 선도할 주요 창업 국가로 변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기업공개(IPO), 벤처투자, 대기업 전략투자를 두루 경험한 벤처투자 전문가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을 거쳐 SK홀딩스·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디지털·바이오 분야 투자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신한벤처투자 글로벌본부를 이끌면서 일본·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와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상을 담은 ‘넥스트 유니콘’을 펴내며 일본 시장의 역동성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본 벤처업계 개방성 놀라워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그는 먼저 일본을 한국보다 ‘개방된 시장’으로 평가했다. 다국적 자본과 인재가 모여드는 개방성 측면에서는 한국을 앞질렀다는 시각이다.

이 본부장은 “일본에서 활동하다 보면 외국인이 포함된 스타트업이나 외국인 벤처투자 파트너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며 “이는 수십 년간 몸담은 한국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개방성은 단순히 외국인 창업 비자를 열어준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인식 자체의 개방성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앤디 루빈 안드로이드 창업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겐키 로보틱스(Genki Robotics)’’를 설립하거나 글로벌 사모펀드(PE) 제너럴 애틀랜틱이 일본 대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스마트HR 구주를 약 14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인재와 자본 유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본부장은 “일본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IVS’ 현장을 찾을 때마다 그 열기에 깜짝 놀란다”면서 “도쿄대·교토대 등 최상위권 대학 출신 인재들, 메가뱅크와 글로벌 컨설팅펌 등의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합류하며 괄목할 만한 변화가 시작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AI 시대, 장인정신 재조명될 것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특히 이 본부장은 일본 특유의 장인 문화에 주목하라고 짚었다. 그는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오히려 일본의 혼을 담아 정성껏 만드는 ‘모노즈쿠리 정신’이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조업 현장에서 축적된 숙련공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시대에 핵심 데이터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현장 노동자를 ‘노가다’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시선이 남아 있지만, 일본은 장인들의 기술과 경험을 존중하는 문화가 강하다”면서 “AI는 결국 데이터 산업인데, 일본은 그 데이터를 수십 년 동안 축적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력한 유니콘 후보로 꼽히는 ‘캐디(CADDi)’가 대표 사례다. 캐디는 숙련공의 부품 조달 노하우, 협력업체 정보를 플랫폼화해 AI 기반 제조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어 그는 “일본은 고령화와 지방 소멸을 한국보다 10~20년 먼저 겪고 있는 선배 국가”라며 “한국은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계속해서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손 돕기와 여행을 결합한 플랫폼인 스타트업 오테쓰타비를 예로 들며 “지방 소멸을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로봇 구독 서비스(RaaS)를 편의점 물류창고나 매장 관리에 특화하고, 간병·요양 솔루션을 내놓는 등 고령화 시대에 맞춘 실용적인 기술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한일 스타트업 협력이 살 길”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이진수 신한벤처투자 상무가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마지막으로 이 본부장은 한일 양국의 기업 생태계가 교류를 늘리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원천 기술과 지식재산(IP)이 강하고, 한국은 이를 빠르게 상업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상호 약점 보완·시너지 효과는 물론 서로가 서로의 실적이 되어주는 수출 파트너도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일본 시장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이해하려는 태도만 경계하라고 당부한다. 인맥 없이 일본 시장은 뚫기 어렵고, 일본인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고정관념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 아저씨 스타일로 이자카야에서 생맥주잔 부딪히다 진출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만나고 얘기하다 보면 서서히 마음이 열리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일본인과 비즈니스하는 법에 대한 ‘정답’은 아마 수천 개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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