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후손 2세·3세 등 대미협상 활약
손자 에스핀 장군·증손자 프라가 부총리 등
‘악의 축’ 낙인찍힌 가문서 새 세대로 부각돼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와 비밀 협상을 진행 중임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협상을 이끄는 인물이 ‘혁명의 역사적 지도자’라고 밝혔다. 이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역임한 라울 카스트로(94)에게만 허용되는 칭호다. 그는 퇴임 후 공식 석상에서 물러나 민간에 권력을 이양했다.
미국의 석유 봉쇄로 쿠바 경제가 붕괴 직전에 몰리면서 카스트로 가문의 이름이 다시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카스트로 가문의 두 후계자가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명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직접 면담했고, 다른 한 명은 쿠바 망명자들의 본국 투자를 허용하는 정책의 공식 얼굴로 나서고 있다.
쿠바가 미국 지도자들에게 오랫동안 ‘악의 축’으로 낙인찍혀온 가문의 새로운 세대를 최종 중재자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카스트로 가문은 1959년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가 친미 구체제를 무너뜨린 혁명 이래 쿠바의 운명을 지배해왔다.
2016년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는 ‘최고 지도자’라는 카리스마적 칭호를 가졌다. 라울 카스트로는 오랫동안 모스크바와의 연락책이자 혁명의 조직 설계자로서 수면 아래에 머물며 관료체계와 위계질서, 행정 효율을 우선시했다.
카스트로 형제는 CIA의 암살 음모,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경제 봉쇄, 소련 붕괴 등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이후 베네수엘라가 소련의 빈자리를 채우며 쿠바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 됐으나, 올해 1월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하면서 그마저 끊겼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쿠바로의 석유 수출 중단을 명령하자, 가문은 최대의 시련에 직면했다. 연료 부족으로 경제가 휘청이고, 쿠바의 억압적인 공산 정권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쿠바에 대해 “현재 권력을 쥔 자들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새로운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카스트로 가문을 교체하는 것은 미국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정신이 맑고 나이에 비해 건강한 것으로 알려진 라울 카스트로는 가문을 이끌고 있다. 2018년 퇴임 후에도 그의 권위와 권력은 쿠바 최고의 군사 지도자라는 지위와 함께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서 국방장관으로 있을 때 그는 쿠바 최대의 경제 권력인 군산 복합기업 GAESA를 창설했다.
오늘날 라울의 자녀와 손자들은 피델의 후손들보다 더 두드러진 공식 역할을 맡고 있다. 피델의 후손 중 한 명은 아바나에서 화려한 삶을 과시하는 ‘인스타 셀럽’로 알려져 있다.
라울의 손자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41)는 이번 위기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라울리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한쪽 손에 손가락이 여섯 개 달린 데서 비롯된 ‘엘 칸그레호(게)’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의 경호팀에 속해 있었으나, 요즘은 주로 개인 보좌관으로 활동한다.
지금 라울리토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메신저 역할도 맡고 있다. 최근 카리브해 국가들이 모인 세인트키츠네비스 행사에서 루비오 장관 팀과 면담한 것이다. 늘 막후에서 활동하던 그가 이달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상 사실을 공개하던 자리에서 국가 최고 지도부와 나란히 국영 TV에 등장한 것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라울의 외아들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 장군(60)도 아버지가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대체로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련에 유학했던 공학자이자 육군 준장인 그는 쿠바 정보기관의 핵심 직책을 맡아왔다.
현재 카스트로 에스핀 장군 역시 미국 관리들과의 협상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에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4년 그는 미·쿠바 관계의 짧은 해빙을 이끌어낸 오바마 행정부와의 비밀 협상에서도 쿠바 측 협상 대표를 맡은 바 있다.
또 한 명의 카스트로 가문 인사도 갑자기 주목받고 있다. 부드러운 말투의 공학자이자 라울·피델 카스트로의 증손자뻘인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54) 외교통상·외국투자부 장관 겸 부총리다.
그는 이달 1959년 카스트로 집권 이래 최대의 정책 전환 중 하나로 꼽히는 쿠바 망명자들의 본국 사업 투자 허용을 발표하며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로써 페레스올리바는 쿠바 정권의 생존 전략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동시에 마두로 체포 이후 트럼프 친화적 지도자로 부상한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처럼 국제 비즈니스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워싱턴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젊은 내부 인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름에 ‘카스트로’가 없다는 점도 정권의 순응을 체제 붕괴보다 중시하는 워싱턴 행정부의 구미에 맞을 수 있다고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말한다. 동시에 가문과의 연계는 카스트로를 안정과 혁명적 정통성의 원천으로 보는 쿠바 권력 구조 내부의 지지를 결집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전직 CIA 분석관이자 쿠바 전문가인 브라이언 라텔은 “그는 미래가 있을 수 있다. 쿠바도 나름의 협상 카드가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재임 기간에 쿠바 사회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많은 카스트로 가문 인사들이 정권 생존 전략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쿠바 혁명의 본질적 모순을 드러낸다.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계급 없는 평등 사회를 내세웠지만, 정작 그들 자신은 새로운 특권 계층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카스트로 가문은 역사적으로 기민한 협상가로 통해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 화해를 중재한 전직 미국 관리 리카르도 주니가는 “(카스트로 가문은) 혁명적 과두 체제에서 자본주의적 과두 체제로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MK시그널] 로보티즈, 美 빅테크에 로봇 손 부품 공급 및 피지컬AI 수혜주 등에 주가 상승세, MK시그널 추천 후 상승률 12.83% 기록](https://pimg.mk.co.kr/news/cms/202603/20/news-p.v1.20260320.5ea8839301ed4284a9cb365ffae9579b_R.png)








English (US) ·